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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지분과 건설 중공업 재편 어떻게 풀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10-30 18: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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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지분과 건설 중공업 재편 어떻게 풀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시대’ 삼성그룹 사업구조의 윤곽이 더욱 명확해졌다.

삼성그룹의 남은 화학 계열사 모두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의 지분 확보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뒤 소각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물려받아 정정당당하게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두 번째는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다.

이 부회장이 화학 계열사를 매각해 화학사업에서 손 떼는 결단을 보인 만큼 건설과 중공업부문에 대해서도 조만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전자-금융 중심 수직계열화 급물살

삼성그룹은 30일 삼성SDI 케미컬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재용 시대’ 삼성그룹의 사업은 한층 더 선명해졌다.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가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2013년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업재편 작업을 추진해 왔다.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방산화학계열사들을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했다.

삼성그룹이 추진한 굵직굵직한 사업재편은 잘할 수 있는 역량을 한 데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명분 아래 추진됐지만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삼성그룹을 준비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삼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 날개로 사업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전자와 바이오 부문 수직계열화의 최상위에 자리잡고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삼성화재 삼성증권이 대규모로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는 것도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주주친화 정책이기도 하지만 금융계열사의 재편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분율을 늘리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되려면 계열사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계열사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금융지주사 재편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가 전자와 금융 중심으로 재편되면 앞으로 건설과 중공업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과제로 남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수주가뭄으로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사상 최대인 1조5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유상증자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물산도 3분기 건설부문에서 3천억 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에서 자신의 색깔을 입히면서 ‘실용주의’ 경영전략을 강화함에 따라 건설과 중공업 부문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건설과 중공업 부문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룬 뒤 사업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지분과 건설 중공업 재편 어떻게 풀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관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관계자들과 함께 '2015KBO리그'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3차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 '편법' 승계 논란에 정공법 대응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 뒤 소각을 결정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방향을 놓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핵심은 어떻게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7%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확보한 지분 7.21% 등을 합쳐도 11.84%에 그친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무려 6조 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승계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놓고 백화쟁명식의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에도 삼성전자가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부문을 삼성물산이나 삼성SDS와 합병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SDS와 합병추진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을 경우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일 뿐 진정한 주주친화 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뒤 소각을 결정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나온 편법승계에 대한 의구심을 상당부분 털어냈다.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정정당당하게 물려받아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편법이 동원되면 안 된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글로벌에서 자리잡은 위상을 고려하면 승계과정에서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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