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이겨내고 2분기 깜짝 영업이익을 냈다.
하반기에도 이런 기세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52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조1천억 원으로 무려 22.7% 증가했다.
사업 외형은 다소 위축됐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진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이 2분기에 실적 부진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가 2분기부터 세계적으로 확산한 만큼 생산 및 물류 차질이 본격화하고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런 예상을 뒤집고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사업부문으로 보면 반도체에서 영업이익 5조 원 후반대를 내며 실적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교육과 같은 비대면사업이 확대되면서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IT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서버 수요도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언제 메모리반도체 공급이 끊길지 모를 상황이 되자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이 2분기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용 D램 DDR4 16GB 제품 계약가격은 3월 65.67달러에서 4월 78.8달러로 한 달 사이 20%나 뛰었다.
삼성전자 등 메모리반도체기업 쪽에서 보면 ‘메모리반도체 불황’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해 사업환경이 오히려 나아진 셈이다. 2019년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영업이익은 3조4천억 원가량에 그쳤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서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개선돼 1분기보다 실적이 나아졌을 것”이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평균 판매가격(ASP)이 상승해 영업이익률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심축인 모바일사업도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프리미엄 ‘갤럭시S20’ 시리즈를 내놨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판매가 저조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3~5월 갤럭시S20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873만 대로 ‘갤럭시S10’ 시리즈의 57%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는 2분기 영업이익 1조 원 중후반대를 내며 2019년 2분기보다 소폭이나마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된 대신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이 잘 팔려 갤럭시S20 시리즈의 부진을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온라인판매가 활성화하면서 마케팅비용이 감소한 점이 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말도 나온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은 온라인 중심의 판매가 좋아지고 오프라인 매장의 마케팅비용이 줄면서 수익성이 기존 예상치를 상회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이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이 재고를 확보한 만큼 하반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사업자들이 서버용 D램 재고를 상반기 확보해 3분기 가격 상승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하반기에 내놓으면 상반기 억제됐던 마케팅비용이 다시 늘어나면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3분기에도 ‘깜짝실적’을 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DDR5, GDDR6 등 고부가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스마트폰도 ‘갤럭시폴드2’, ‘갤럭시Z플립’ 5G모델 등을 내놓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분기와 4분기 각각 영업이익 8조8천억 원, 9조4천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