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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삼성 콤플렉스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5-12 08: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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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의 삼성 콤플렉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 항소심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분리독립 이후 경영권을 위협받는 특수한 상황에서 삼성가의 장손으로서 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제일제당을 CJ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657억 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30일 구속집행정지 연장신청이 기각돼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1996년 제일제당은 식품사업만 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 CJ그룹은 눈부신 외형성장을 했다. CJ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73개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서열 14위다. 바이오제약사업, CGV 영화관, CJ E&M의 18개 케이블 채널, CJ오쇼핑의 홈쇼핑, CJ대한통운의 물류사업, 빕스 등 외식사업, 건설사업, 그리고 CJ의 시작인 제일제당의 식품사업까지 사업영역도 넓다.

이 회장이 이렇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회장이 CJ그룹을 만들어낸 힘은 싫든 좋든 ‘삼성 콤플렉스’였다. 삼성가의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집안에서 쫓겨난 특수한 상황에서 제일제당을 물려받고 이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채찍질했다.

그 압박감에 ‘삼성에게 제일제당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또 제일제당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내 삼성가의 장손임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도 담겨있다.

◆ 제일제당 경영권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저는 삼성가 장손이지만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가 최대 현안이었습니다.”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씨는 삼성화재(당시 안국화재)의 최대주주였다. 이병철 회장 사후 손씨는 삼성화재 지분 16%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제일제당 지분의 맞교환을 요구했다. 당시 그의 아들 이재현 회장은 제일제당의 상무로 8년 넘게 일하고 있었다.


삼성그룹은 당시 제일제당 분리를 반대했다. 하지만 손씨가 뜻을 굽히지 않자 1993년 6월 주식을 맞바꿨고 제일제당 분리를 약속했다. 이를 토대로 제일제당은 호텔신라에서 독자경영선포식을 열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 이건희 회장은 전격적으로 이학수 당시 삼성화재 부사장을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이학수 대표의 파견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데다 취임사에서 기존 분리약속과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학수 대표는 “그룹분리라는 말을 쓰지 말라”며 “삼성과 같이 간다”고 강조했다.

제일제당은 이 대표가 부임한 이유에 대해 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싼 값에 넘겨받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일제당은 삼성의 모태기업인 까닭에 중앙일보의 최대주주(22%)였고 삼성생명(12%)과 삼성전자(3%) 주식도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상장사여서 쉽게 지분정리가 가능했지만 중앙일보와 삼성생명은 비상장사였다. 삼성그룹은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려고 했다.


  이재현의 삼성 콤플렉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하지만 이 대표는 제일제당 이사회의 집단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 달 만에 물러났다. 그리고 넉 달 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집 3층 옥상에 CCTV를 설치했다. CCTV는 바로 옆집인 이재현 회장 집 정문이 보이도록 설치됐다.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삼성그룹은 장비를 급히 철거했다. 이후 제일제당은 사옥을 삼성본관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삼성그룹과 동거관계를 청산했다.


제일제당은 1997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분리 승인을 받았다. 제일제당이 보유한 중앙일보(14.7%)와 삼성생명(11.5%)의 지분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기준이 완화돼 분리가 가능했다. 당시 제일제당은 중앙일보와 삼성생명 지분을 계열분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훗날 이 주식을 매각한 자금은 제일제당의 사업확장 자금으로 쓰였다.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 손씨는 이건희 회장과 맞바꾼 제일제당 지분을 몇 차례에 걸쳐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회장은 1998년 모친이 보유한 주식을 전량 승계받아 제일제당의 최대주주가 됐다.


제일제당의 분리독립 과정에서 삼성의 태도를 고려하면 그가 보유한 18%의 지분은 경영권을 지키기에 부족해 보였다. CJ그룹 관계자는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당시 이재현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이긴 했지만 삼성의 자금력으로 언제든 경영권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그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해외 유령회사가 인수하게 하는 방법으로 지분을 늘렸다. 특히 2001년 한해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율을 4%가량 높였다. 마침내 지분율이 23%에 이른 것이다. 이것은 이 회장이 지난해 검찰에 기소된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지분율에 대한 욕심이 재판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재 해외 유령회사로 자산을 취득해 세금을 피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당시 이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이 부분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많은 노력 끝에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 회장은 2007년 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그는 제일제당을 지주회사인 CJ와 사업회사인 CJ제일제당으로 분할했다. 그는 이 때 CJ제일제당의 주식을 팔고 CJ의 주식을 사들여 CJ의 지분율을 2배로 끌어올렸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이 회장의 CJ 지분은 4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권 위협이 아니라도 삼성이 CJ그룹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많았다. CJ그룹이 2011년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대한통운 인수전에 느닷없이 삼성이 끼어든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CJ그룹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삼성과 경쟁하느라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수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씨는 2012년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상속분쟁 항소심 결심재판에서 그가 최후진술을 한 내용에도 삼성과 CJ그룹의 해묵은 갈등이 담겨있다.


“재현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행하고, CCTV로 감시하고, 제일제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장손의 할아버지 성묘도 방해하고, 대한통운 인수하는 데 뛰어들어 방해하고, 이 재판이 시작되자 다시 재현이를 미행하는 등 그동안 건희가 조카에게 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나열하는 것이 저 자신도 부끄럽습니다.”


  이재현의 삼성 콤플렉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뉴시스>

◆ "나는 이병철 회장님의 자랑스러운 장손"


"선대 이병철 회장님의 자랑스러운 장손이 되고자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 18년은) 밤낮으로 일만 했던 세월이었습니다."


이재현 회장이 결심공판에서 했던 최후진술의 한 대목이다. 삼성가의 장손이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CJ제일제당 본사 사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본사 지하 1층은 빕스 등 CJ의 외식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외부인도 자유롭게 로비를 드나든다. 그래서 누구나 로비에서 이병철 창업주의 3D 흉상을 볼 수 있다. 입체 홀로그램 방식으로 독특하게 재현된 흉상이다.


CJ 관계자는 이 흉상에 대해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 생전 장충동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며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왔다”며 “장손이란 자부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씨는 한때 후계자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사카린 밀수사건 으로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났다. 후계자의 자리는 이건희 회장에게 돌아갔고 이맹희씨는 외국을 떠도는 신세가 됐다. 이재현 회장이 14살 때다.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씨를 내쳤으나 그의 아들 이재현 회장은 장손으로 무척 아꼈다. 이재현 회장이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씨티은행에 입사하자 2년 후 이를 뒤늦게 안 이병철 회장이 "왜 재현이를 남의 집살이 시키느냐"며 제일제당으로 불러들였다.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씨도 임종할 때까지 아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닌 장손 이재현 회장과 함께 살았다.


삼성가에서 독립한 회사 4개 중 몸집을 불린 회사는 이재현의 제일제당과 이명희의 신세계그룹뿐이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기업을 키웠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은 대학졸업 후 제일제당 평사원으로 시작해 대리, 과장, 부장, 임원을 모두 거치며 오너경영을 했다.


제일제당은 1996년 제일냉동식품 등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삼성에서 독립해 제일제당그룹으로 출발했다. 당시 계열사는 10개에 불과했고 자산총액은 2조에 미치지 못했다. 총 임직원은 4천여 명으로 재계 순위 39위였다.


  이재현의 삼성 콤플렉스  
▲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현재 CJ는 국내 73여개 계열사와 해외 175여개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자산총액은 24조 원을 넘었고 직원은 4만5천여 명으로 늘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1월 최후진술에서 “국내 80여 계열사 가운데 제일제당 외에 전부 제 손을 거쳐 만들어졌고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다른 재벌 2~3세와 달리 이재현 회장을 두고 "CJ그룹의 창업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현 회장은 제일제당의 식품사업이 내수업종이라는 한계를 알고 있었다. 이 회장은 “설탕이나 파는 식의 마인드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사업다각화에 매달렸다. 그 결과 이제 누구도 CJ를 설탕제조사로 보지 않는다.


CJ그룹은 성장했지만 이재현 회장의 건강은 나빠졌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신장기능이 정상의 10% 수준까지 떨어진 신부전증 말기로 신장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법원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8개월간 구속집행정지를 허락했다.


신부전증뿐이 아니다. CJ그룹은 지난해 7월 이재현 회장의 구속 직후 "이 회장은 현재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와 만성신부전증, 고혈압·고지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처음으로 샤르코-마리-투스라는 유전병이 공개됐다.


이 병은 손발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어 힘이 약해지는 희귀 유전병이다. 이 회장은 이 병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는 50대가 되면서 증세가 심해졌다. 그의 누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증세가 훨씬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부회장은 “불과 20대의 나이에 단추를 꿰지 못할 정도로 녹다운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CJ에 재직중인 이재현 회장의 아들 역시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재현 회장은 법정진술에서 "신장이식을 받은 50대 환자는 최대 15년 정도 살 수 있어 내게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며 "남은 시간 미완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싶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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