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총리가 8월에 열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 거대 여당을 이끌 강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 전 총리는 유력 대선주자로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당대표 경선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대표 출마 여부와 관련해 “저는 어찌 됐든 우리 민주당의 아주 신망을 받고 있는 이 전 총리의 여러 가지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발언은 이 전 총리가 출마하면 뜻을 접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력한 당대표 후보인 송 의원의 이런 발언은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이 사실상 이 전 총리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송 의원은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30.7%의 지지를 받아 이해찬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만큼 유력한 다음 당대표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이처럼 유력한 당대표후보가 이 전 총리 출마 때 불출마 가능성을 밝힌 만큼 다른 인물들도 출마 의사를 접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총리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당대표 도전에 나설 인물로는 현재까지 홍영표 의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현실적 판단도 당대표 경선 출마를 검토하는 이들이 뜻을 접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가 당대표에 선출되더라도 대통령선거 도전을 위해 6개월 뒤에 사퇴해야 하는 만큼 그 다음 당대표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당내 분위기는 이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당대표 경선에 나서더라도 정치적 상처를 거의 입지 않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정숙, 윤미향, 이규민 등 당선인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 전 총리의 당대표 출마 결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민주당이 각종 의혹 제기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이를 서둘러 수습하고 거대 여당으로서 조직력 있게 움직이려면 이 전 총리 같은 유력 대선후보가 강력한 지도력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총리의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 국가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강력하고 질서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 총리가 당 대표를 맡아 21대 첫 9월 정기국회에서 개혁입범을 마무리하고 경제회생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데 성과를 낸다면 대선후보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다.
물론 여야 사이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 당대표로서 정치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과 '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친노'나 '친문'과 같은 열혈 지지층을 확보할 수도 있어 당대표를 맡는 것이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바라본다.
이 전 총리가 최근 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을 두고 이미 결심이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언론은 물론 야당이 총공세에 나선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 전 총리는 18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민주당 내 기류 변화를 이끌었다.
당시까지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사실 여부가 확인될 때가지 지켜보자'는 태도가 주를 이뤘지만 이 전 총리의 발언 뒤 윤 당선인을 옹호하는 분위기는 급속히 잦아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다는 시선을 무엇보다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어차피 오해를 살 바에는 당대표 출마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 전 총리는 18일 호남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유불리를 따지는 것처럼 보는 것은 마뜩잖다”며 “뭐가 더 옳고 책임 있는 행동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