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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LNG운반선 첫 발주는 중국에, 조선3사 아쉬움보다 반가움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0-04-23 15: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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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를 위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 발주척수가 늘어나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3사의 예상 수주물량이 늘고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도 커졌다. 조선3사의 수주갈증이 곧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LNG운반선 첫 발주는 중국에, 조선3사 아쉬움보다 반가움
▲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16척분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예약하면서 LNG운반선 발주작업을 시작했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의 확장 프로젝트와 미국 골든패스(Golden Pass)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운반선을 최대 120척 발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의 가동시점은 각각 2026년과 2025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선박 수주전은 조선3사와 후동중화조선의 4파전으로 진행됐다.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들은 이날부터 라마단(이슬람교에서 지키는 한 달 동안의 금식기간)에 들어간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은 라마단이 끝나는 5월23일부터 한국 조선3사의 슬롯 예약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주사의 조선사 슬롯 예약은 선박의 건조척수와 관련한 합의 정도로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박 건조가격이나 인도기한 등 계약의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선박이 발주되지 않고 건조의향서(LOI)가 파기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카타르페트롤리엄의 후동중화조선 슬롯 예약은 선박 인도시기가 2024~2025년으로, 선박 건조가격이 1척당 1억8천만 달러로 구체적 내용이 전해졌다. 예약 발주척수 16척도 확정물량 8척과 옵션물량 8척으로 계약 구조가 명확하다.

이에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카타르페트롤리엄의 조선사 슬롯 예약을 사실상 선박 발주라고 본다. 발주시점의 결정만 남겨 뒀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첫 슬롯 예약을 중국이 따낸 것을 두고 아쉬워하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 조선3사가 카타르 LNG운반선을 싹쓸이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가 조선업계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계가 16척을 놓쳤다는 아쉬움보다는 카타르발 수혜가 더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이 더 힘을 받는다.

카타르페트롤리엄은 LNG운반선 발주 계획을 2018년 말부터 준비해왔는데 애초 예상 발주척수는 최대 80척이었다. 카타르의 예상 선박 발주척수가 기존 전망치보다 40척 늘었다.

후동중화조선의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1년에 6~8척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건조능력의 한계에 가깝게 슬롯을 예약한 만큼 추가 예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선3사의 예상 수주분이 최대 80척에서 104척으로 늘어난 셈이다.

조선3사의 LNG운반선 건조능력은 조선사당 1년에 20척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도크 개수가 많은 현대중공업은 20척 이상을 건조할 수 있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20척 건조가 쉽지 않아 업계에서는 조선3사의 합계 건조능력을 대체로 1년에 50~55척 수준으로 본다.

조선3사는 앞서 2월 진행된 카타르페트롤리엄의 LNG운반선 입찰에 선박을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에 걸쳐 인도한다는 조건으로 참여했다. 조선3사의 예상 수주척수와 인도기한을 고려하면 카타르가 4년 동안 조선3사 LNG운반선 건조능력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는 셈이다.

조선3사가 카타르 LNG운반선 104척을 38척씩 나눠 수주한다고 가정하고 후동중화조선의 계약가격인 1척당 1억8천만 달러를 대입하면 조선사 1곳당 68억4천만 달러치 선박이 돌아간다.

물론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예약해 둔 선박 건조 슬롯을 한꺼번에 발주로 전환하기보다 가스전 개발계획들의 진척 상황을 점검하며 단계적으로 나눠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3사는 모두 선박 발주시장의 경색에 따른 수주 부진을 겪고 있다. 발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만으로도 카타르페트롤리엄의 LNG운반선 슬롯 예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말 기준으로 2020년 수주목표 156억9400만 달러의 7.9%를, 대우조선해양은 목표 72억1천만 달러의 5.3%를, 삼성중공업은 목표 84억 달러의 6%만을 달성하는 데 그치고 있다.

후동중화조선이 3월 LNG운반선 평균 건조가격인 1척당 1억8600만 달러보다 낮은 가격에 슬롯을 예약받았다는 점은 아쉽다. 조선3사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LNG운반선 첫 발주는 중국에, 조선3사 아쉬움보다 반가움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그러나 조선사들은 같은 설계의 선박을 여러 척 수주하는 ‘시리즈 수주’의 경우에 반복건조효과를 감안해 건조가격을 다소 낮춰 수주하기도 한다.

반복건조효과는 수치로 측정되지 않으나 수익성 기여도는 적지 않다.

조선3사가 2016년 수주 절벽기를 겪은 뒤 2018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적자 5225억 원, 4093억 원씩을 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이익 1조248억 원을 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수주한 쇄빙 LNG운반선 15척의 연속 건조에 집중해 2018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3사의 선박 건조능력을 고려할 때 같은 LNG운반선을 30~40척 연속으로 건조한다면 반복건조에서 발생하는 수익성이 1척당 1억8천만 달러의 낮은 건조가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3사는 카타르페트롤리엄의 LNG운반선 발주 움직임이 다른 LNG운반선 발주계획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품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가 살아나려면 결국 LNG선(LNG운반선과 LNG추진선) 발주가 살아나야 한다”며 “카타르가 예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슬롯 개수가 워낙 많아 다른 프로젝트들의 발주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NG운반선이 16척 필요한 프랑스 토탈의 모잠비크 1구역(Area1) 프로젝트, 쇄빙 LNG운반선 10척의 발주가 예정된 러시아의 북극 LNG2(Arctic LNG2)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의 LNG운반선 15척 발주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의 가동 시점은 카타르의 가스전 개발계획과 비슷한 2024~2026년에 걸쳐 있어 조선업계에서는 이 기간 조선3사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발주처들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경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슬롯 예약으로 후동중화조선은 한동안 LNG운반선 수주가 제한될 것”이라며 “조선3사의 LNG운반선 수주 모멘텀이 강화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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