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전직 당 대표 등 ‘지도자급’ 인물에 관한 총선 전략배치 계획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관리위는 김 전 위원장을 지도자급 인사로 보고 험지인 서울 지역구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위원장은 전부터 험지출마를 공언했던 터라 공천관리위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천관리위는 김 전 위원장 등 '지도자급' 인물들이 대거 서울과 수도권에 출마해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함께 한국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총선 선거구는 모두 122곳으로 의석수가 가장 많이 집중돼 있어 역대 총선에서 매번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앞서고 있어 한국당으로서는 이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김 전 위원장이 투입될 수 있는 서울의 지역구로는 이전에 황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나왔던 용산, 강남을 등이 먼저 꼽힌다. 두 지역 모두 과거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만 20대 총선 때 민주당에 뺐긴 곳으로 한국당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곳이다.
용산은 17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후보였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잇달아 당선됐다. 진 장관은 20대 총선 때는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한 번 더 당선돼 용산에서만 4선을 했다.
용산의 터줏대감이나 마찬가지인 진 장관이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기 때문에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새로운 후보에게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 권영세 전 중국주재 한국대사도 출마 의사를 내놨다. 민주당에서는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이 도전장을 냈다.
강남을은 보수 우세지역인 강남3구 지역구 가운데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비교적 많은 곳으로 꼽힌다. 20대 총선 때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이 곳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16대부터 19대 총선까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놓치지 않았던 곳인 만큼 한국당이 지도자급 인사를 투입하면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두 지역 모두 한국당의 '탈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여겨지는 곳인 만큼 김 전 위원장보다 참신한 인물을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대학교 교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대가 있는 성북갑에 배치될 수도 있다. 성북갑은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히지만 지역 내 부자 동네가 있어 보수성향의 고정 지지층도 꽤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가 밀집지역이라 해 젊은층이 많아 한국당 소속 김 전 위원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30대, 40대와 비교하면 20대 청년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높지 않은 편이라 온건한 중도성향으로 꼽히는 김 전 위원장이 청년층과 중도층에서 경쟁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배치는 본인의 희망 외 다른 변수들에 따라 조정될 수도 있다. 기존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고 김 전 위원장 외 지도자급 인사와 출마지가 겹치는 것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김 전 위원장은 다른 변수들 때문에 출마의지를 보였던 지역구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지난해부터 대구 수성갑 출마를 희망했지만 한국당으로부터 험지 출마를 제안 받은 뒤 수성갑 출마 의사를 접고 서울에서 출마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은 황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에 종로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한국당이 종로 출마를 제안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당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험지도 갈 수 있다는 뜻을 내보였다.
하지만 황 대표의 출마로 이 역시 없던 일이 됐다.
'지도자급'으로 여겨지지만 김 전 위원장이 마치 떠도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데는 당내 입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때 당권을 잡은 적도 있지만 지금 당내 기반이 약해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참여정부 인사로 비교적 최근에 보수진영에 가담했다.
애초 한국당 내 기반이 없는 데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시기에 선거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없었던 탓에 자기 사람을 키워 당내 세력을 구축할 기회도 적었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7월부터 한국당에서 당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을 맡아 2019년 2월 황교안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당을 이끌었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 지방선거 참패를 잇달아 맞아 존립의 어려움을 겪은 시절에 비대위원장을 맡아 한국당 정상화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