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시장의 관심이 아직 여전한 상황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가 지닌 의미는 작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준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2020년 상반기 안에는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시장에 넓게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가 CEO 인베스터 데이와 같은 자리를 만들어 투자자 소통 활동을 강화하는 것도 모두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우군’을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시선들도 있다.
이 사장이 기업설명회에서 시장의 만족도를 높일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이번 기업설명회에서 자사주 매입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배구조 변화를 앞두고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2014년부터 자사주 매입과 처분 등 이른바 ‘주가부양’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에만 해도 두 차례의 이사회 결정을 통해 모두 5700억 원 규모가 넘는 자사주를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기 위한 목적에서 27일까지 진행한 자사주 77만8475주 매입을 제외하면 주주의 마음에 들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와 함께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내걸었던 현대모비스가 9월24일부터 12월23일까지 ‘주가 안정화를 위한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3230억 원 규모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보와도 대비된다.
이 사장이 이미 시장에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이번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구체적 내용과 일정을 밝힐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 사장은 2월 기업설명회에서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주주환원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2017년 1월 발표했던 중장기 배당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쟁기업 수준의 배당성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이 밝힌 주주환원에는 배당 확대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포함돼 있다.
주주환원정책과 별도로 현대차의 자동차부문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된 관심사다.
이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2월 밝혔다. 하지만 품질과 관련한 일회성비용이 계속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률이 0.1%에 그치고 있다”며 “일회성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조정영업이익률이 3.4%를 보여 개선추세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의 품질비용 발생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추가적 품질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국기업평가는 내다봤다.
이 사장이 이런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려면 직접 등판하는 기업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2월 열었던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경영전략과 경영진 목표 등을 발표했으며 4월과 7월에는 상세 손익분석을 반영한 경영실적 자료를 공시하며 동시에 한국과 미국 등 주요지역의 전략도 밝혔다.
미국과 홍콩 등에서도 기업설명회를 열고 미래기술 담당 경영진과 투자자의 면담자리를 마련했으며 투자자들을 연구소에 초청해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를 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