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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경기부양 '걸림돌' 비판 피하려 한국은행 금리인하 '깜짝' 결단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19-07-18 14: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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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4523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주열</a>, 경기부양 '걸림돌' 비판 피하려 한국은행 금리인하 '깜짝' 결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놓고 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정부의 경기부양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앞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국내 다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 총재가 7월 말 미국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보고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런 예상을 깨고 3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8개월 만의 통화정책 방향전환이고 2016년 6월 이후 3년여 만의 기준금리 인하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주요 근거는 국내 경제의 대외환경 악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7월 들어 일본까지 한국으로 수출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 등 산업소재의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수출품목이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산업에서 핵심소재로 쓰이는 물질들인 만큼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18일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하향 조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2%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0.2% 이후 최저치다. 한 번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0.3%포인트 낮춘 것도 메르스 사태를 겪었던 2015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상황 악화에 따라 정부의 정책공조 압력이 높아진 점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4일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준금리 문제는 한국은행의 독립성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정책조합(Policy Mix)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홍 부총리의 발언을 놓고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거나 ‘추경이 지연되는 등 재정정책이 막히니 상대적으로 손쉬운 통화정책에 기대려 한다’는 등 비판이 나왔다. 

결국 이 총재의 전격적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명분이 생기자 '선수'를 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를 놓고 회의적 태도를 보인 점은 정부의 정책방향을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그는 18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경제성장과 물가 전망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이론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경제여건 등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의 실효성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우리뿐만 아니라 일반적 컨센서스를 말씀드리면 지금의 경기 둔화는 상당부분 공급측 요인에 있다”며 “공급 충격에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하려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춰야 할 것이지만 각 나라의 통화정책 여력은 과거와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총재가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놓고 연내에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바라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처음으로 주요국의 금리 인하를 확인하기 전에 선제적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며 “당사는 한국은행의 선제적 금리 인하에 따라 4분기 중 추가 금리 인하로 기존 전망을 변경하며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의 소비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연내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추가적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놓고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회복을 좀 더 뒷받침할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추가 인하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반응도 보고 무엇보다 우리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변수, 금융안정 등을 다 보면서 가장 적합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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