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올해 만 58세다. 황 후보자의 총리후보 지명은 나이로 보나 내각서열로 보나 파격적이다.
황 후보자가 대한민국 전체 의전서열 5위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불리는 국정 2인자 자리에 내정되면서 내각 안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황 후보자가 과연 총리로서 내각을 통솔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정치인 출신 최경환 황우여 두 부총리의 여의도 조기 복귀설도 흘러나온다.
황 후보자가 총리에 오를 경우 내각과 정부 주요부처에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법무장관이 국무총리로, 내각 연공서열 역전
황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지명을 받은 인사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젋다. 초대 정홍원 전 총리는 69세, 이완구 전 총리는 65세였다.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물러난 문창극 후보자 등이 7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황 후보자는 ‘젊은 피’임에 틀림없다.
황 후보자보다 나이가 어린 장관은 현재 3명밖에 없다. 51세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44세인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55세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0세로 황 후보자보다 2살 더 많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68세다.
최 부총리는 3선 의원 출신이자 친박계 핵심 실세다. 최 부총리는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공직입문으로 따져도 황 후보자는 최 부총리보다 1년 아래다.
황 부총리는 황 후보자의 법조계 선배다. 황 후보자는 사법고시 23회로 10회인 황 부총리와 고시 기수에서 13기수나 밀리는 까마득한 후배다.
황 후보자가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리직에 오르면 연장자이자 경력에서도 앞서는 두 명의 부총리를 제치게 된다. 말 그대로 ‘연공서열’이 역전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황 후보자가 국정의 2인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연공서열 의식이 무엇보다 강한 공직사회에서 황 후보자가 과연 제대로 기강을 세울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황 후보자가 내각 전체를 관할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두 부총리는 각자 경제와 사회교육분야를 책임지는 역할분담체제가 갖춰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트라이앵글 체제로 힘이 한쪽으로 쏠리는 대신 권력이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 총리와 장관 사이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신분이 바뀌면 처우는 어떻게 달라질까?
황 후보자가 총리에 오르면 단숨에 국정 2인자로 부상하게 된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경우 직무를 대신 수행하고 국무회의에서도 부의장을 맡아 대통령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다.
국무회의에 상정될 안건을 총괄조정하고 대통령 지휘 아래 정부 법률안과 예산안 등을 국회에 제출한다. 또 대정부질의 과정을 통해 국회에 국정현안을 보고하기도 하며 각료의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고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총리는 중앙행정기관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이에 따라 총리는 중앙행정기관의 명령이나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중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총리의 한 해 연봉은 1억5896만 원에 이른다. 장관 연봉인 1억1600만 원보다 4천만 원가량 늘어난다. 이밖에 업무추진비로 8억3600만원을 쓸 수 있다.
서울 삼청동(대지면적 1만5014㎡)과 세종시 어진동(대지면적 2만㎡) 2곳의 총리공관을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관용차량과 운전기사(별정5급)가 지원되며 대통령 경호실에 미치지 못하지만 별도의 경호팀이 운영된다.
|
|
|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황우여 사회문화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 최경환 황우여, 여의도행 빨라지나
황 법무장관이 총리 후보자로 낙점된 이상 정치인 출신 두 부총리의 당 복귀시점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가 이르면 올 여름, 혹은 국정감사 전후인 9월이나 연말쯤 당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후보자가 총리 내정 직후 소감에서 ‘경제활성화’를 강조한 점도 최 부총리의 조기복귀설에 힘이 실린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초이노믹스’를 내세워 경제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황 후보자가 나이와 경력에서 앞서는 최 부총리를 두고 경제분야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 46조 원 이상의 정책패키지를 비롯해 추경예산에 버금가는 재정확장, 10년 동안 유지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경제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최 부총리식 확장적 재정정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도 교체대상 내각 인사 가운데 1인으로 최 부총리를 꼽고 있다.
황 후보자가 총리에 취임하면 최 부총리가 박수칠 때 떠나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양 좋게 물러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셈이다.
최 부총리가 당에 조기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이유는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내 일부에서 친박실세인 최 부총리가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최 부총리의 정치권 복귀가 이뤄지면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상당한 견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 부총리는 내년 총선을 위해 조만간 부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쳤다”며 “박 대통령이 연공서열에서 아래인 황 법무장관을 발탁한 데 이런 배경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우여 부총리 역시 조만간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황 부총리도 내년 총선출마에 대비해 지역구를 챙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로 인한 서열논란과 관련해 21일 기자들에게 “청와대가 그런 점까지 고려했겠죠”라며 “두 분(최경환 황우여 부총리)은 총선출마할 것 같으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 주요 부처 세대교체 급물살 예고
황 후보자가 새 총리에 오를 경우 내각과 주요 부처안에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개각시기가 앞당겨지고 그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 주요 각료들은 60대가 많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61세, 한민구 국방부 장관 61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60세 등으로 5개 부처 장관이 60대다.
50대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59세),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59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9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59세), 윤성규 환경부 장관(59세) 등 5명이다. 모두 50대이긴 하지만 황 후보자보다 한 살 더 많다.
황 후보자와 동갑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내각 외에 정부 부처들에도 60대가 포진해 있다. 장관급 기관장인 박승훈 국가보훈처장(67세),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61세),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63세), 이근면 인사혁신처장(63세),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67세) 등이 모두 60대다.
이밖에 제정부 법제처장과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모두 59세로 황 후보자보다 연배가 앞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