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이자비용 부담이 늘 수 있어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
20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5월 초 3천억 원 안팎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증권사에 제안요청서를 보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증권사들에 제안요청서를 보낸 것은 맞지만 자본시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자본시장상황을 살피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고민하는 것은 이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에 따른 이자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1조5천억 원가량 자본을 확보했다.
2019년 1분기 신종자본증권의 배당항목으로 191억 원가량을 지급했다. 한화생명의 개별기준 순이익 470억 원의 40%에 이르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부채 적정성평가제도 강화로 자본확충 압박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결국 한화생명이 신종자본증권 발행 카드를 커낼 것으로 보인다.
부채 적정성평가제도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평가해 부족액만큼 책임준비금(보험부채)으로 적립하는 제도다.
2019년 말 부채 적정성평가제도 강화로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미래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높아져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올해 할인율 변동을 고려하면 대규모 책임준비금(보험부채)을 적립해야 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책임준비금 적립에 따라 자본 확충우려도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등을 고려하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보다는 신종자본증권이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을 통해 이익잉여금을 쌓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개별기준으로 순이익 470억 원가량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가량 줄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분기 순이익 943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줄어드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지급여력비율(RBC)비율 220%를 목표로 200%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은 218.6%로 집계됐다. 2018년 말 기준 212.2%보다 7.4%포인트 상승했지만 삼성생명(338%), 교보생명(322.1%)과 비교하면 재무 건전성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누어 측정한다.
가용자본은 보험회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해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돈을 말한다.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을 합친 것으로 ‘지급여력금액’이라고도 한다.
요구자본은 보험, 금리, 신용, 시장, 운영위험액 등 보험회사에 내재된 위험을 계량화 해 산출한 필요 자기자본을 뜻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