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단순히 재밌는 일을 넘어 삶의 원동력이 돼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여행사업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어뮤즈트래블은 2016년 10월 창립된 장애인 전문 여행사다.
직원 수는 창립 당시 3명이었으나 2019년 5월 현재 10명 가까이 늘었고 연간 거래금액도 2018년 기준 4억 원을 넘겼다. 올해 초에는 서울특별시가 진행한 ‘서울 관광 스타트업 공개 오디션’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장애인들의 국내 여행을 넘어 국내 장애인들의 해외여행, 외국인 장애인들의 한국 여행까지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오서연 대표를 8일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났다.
- 장애인 여행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장애인들에게 실제로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봉사활동을 갔는데 그 때 장애인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가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 대표는 처음엔 여행이 ‘즐거운 일’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회사이름을 어뮤즈트래블로 지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하지만 장애인 여행을 직접 진행하다보니 여행의 목적이 단순히 재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며 “누군가에겐 삶의 원동력이 돼 주고 누군가에겐 가능성을 만들어줄 수 있는 일이 바로 여행”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어뮤즈트래블을 통한 여행이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장애인들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뮤즈트래블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청각, 후각, 촉각 등을 이용한 여행 프로그램, 지체장애인들에게는 휠체어 동선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여행 프로그램, 발달장애인에게는 설명보다 체험이 위주가 되는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맞춤형’ 여행을 위한 상품들을 만들기도 했다.
- 일반여행사와 달리 '가이드’가 아니라 ‘호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가이드와 호스트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가이드라는 말은 단순히 여행을 안내하는 데 그치는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분들에게 여행 전반에 걸친 모든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호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어뮤즈트래블의 여행상품은 호스트를 통해 진행된다. 오 대표는 어뮤즈트래블의 호스트들은 각 여행지를 고객들에게 상세히 안내해줄 수 있으면서 장애인과 관련된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어뮤즈트래블은 현재 4명의 호스트와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오고 있다.
오 대표는 “다만 요새는 호스트라는 단어를 헷갈려하는 고객들이 많아 ‘전문 가이드’라는 말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의 한국 여행(인바운드 여행)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성과는 어느정도인가?
“아직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올해들어서만 약 50명의 외국인 장애인에게 한국 여행상품을 제공했다. 앞으로도 계속 인바운드 여행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 대표는 외국인 장애인들에게 한국 여행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국제 여행콘퍼런스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그는 “유럽, 미주, 동남아 등 여러 지역에서 외국인 장애인들이 어뮤즈트래블을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며 “특히 최근 한류열풍은 한국을 더욱 매력적 관광지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 오서연 어뮤즈트래블 대표. <어뮤즈트래블> |
- 휠체어로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공간정보를 수집해 이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지도나 내비게이션업체에 제공해 지체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공간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 대표는 장애인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만큼 정보의 질이 상당히 우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직접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더 커지면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정보의 수집과 가공에 집중하고 있다”며 “일단 장애인들이 믿을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한국이 장애인들이 여행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 어떤 개선점이 필요할까?
“독일을 여행하던 중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매우 편하게 도움을 청하고 사람들도 딱히 선행을 한다는 의식도 없이 그 할머니를 돕는 장면을 목격한 일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한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오 대표는 한국인들의 장애인과 관련된 인식이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고 봤다.
그는 “장애인분들과 함께 식당이나 호텔에 방문하면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궁극적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자체가 사라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혹시 장애인 여행사업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이 있다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가족들을 모시하고 여행한 일이 있는데 여행이 끝난 뒤 가족에게 전화가 왔다. 여행 전에는 삶을 정리하시려는 모습을 보이던 할머니가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다시 여행을 가고 싶다며 삶에 의욕을 보인다고 하더라.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대표는 여행사업이 장애인에게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애인과 관련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페인이나 시민운동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을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온다면 변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호텔, 식당 등 여행과 관련된 업종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우리의 고객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 단체관광객이 호텔이나 관광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관광시설에도 경제적 이익이 되다 보니 실제로 현지 영업장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인식이 개선되고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1980년 4월1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고 2016년부터 장애인 여행 전문업체인 어뮤즈트래블을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