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카드사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노조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15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카드사 노조의 요구사항은 금융위원회가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카드사 노조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위에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카드사 노조의 요구안은 △연매출 500억 원 초과 대형 가맹점에 신용카드 수수료율 하한선 마련 △카드사에 적용되는 레버리비 비율 차별 철폐 △부가서비스 축소 즉각 시행 등이다.
카드사 노조는 5월 말까지 요구사항과 관련해 금융위가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총파업을 하겠다는 태도다.
카드사 노조는 금융위가 9일 내놓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이 카드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을 외면했다고 바라본다.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문제는 카드업계와 자동차, 유통, 통신 등 대형 가맹점 사이에서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다.
카드업계는 현대자동차와 협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가맹계약 해지로 압박하자 카드 수수료율을 처음 제시한 인상폭의 절반 정도로 낮춘 1.89% 수준으로 합의했다. 카드사가 현대자동차에 사실상 백기를 들자 다른 업권에서도 강하게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협상력이 대형 가맹점에 밀리는 상황에서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것인데도 금융위가 무책임하게 뒷짐을 졌다고 본다.
따라서 중소,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정부 개입으로 낮춘 것처럼 대형 가맹점에도 정부가 개입해 카드 수수료율 하한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금융위로서는 법령에 근거 없이 기업 사이 계약인 카드 수수료율 협상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일관된 태도다. 중소,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해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레버리지 비율 규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을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금융위에게 권한이 있는 사안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로 여신전문회사가 과도하게 외형확대 경쟁을 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재 카드사는 6배로 레버리지 비율이 제한되는데 카드사 노조는 캐피탈사 수준인 10배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의 태도는 단호하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레버리지 비율을 7배로만 올려도 카드사 총자산이 26조 원 정도 더 늘어날 수 있어 카드 사용액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의 증가나 카드사 과당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가서비스 축소방안은 상대적으로 진전을 볼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도 의무 유지기간이 지난 부가서비스의 축소 자체는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위가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해 “앞으로 추가적 실무논의를 거쳐 단계적,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아 카드사 노조의 반발을 불렀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는 지난 4개월 동안 카드산업 테스크포스(TF)를 통해 부가서비스 관련 분석을 진행해 왔다”며 “그럼에도 다시 검토하겠다며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들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서비스 축소는 소비자 보호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해치치 않는 선에서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면서까지 부가서비스 축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적자를 내며 카드사에 부담을 주는 부가서비스에 한해 법령에 따라 축소 조정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