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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회담 거부, 안철수 어떡하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4-07 18: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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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회담 거부, 안철수 어떡하나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오른쪽), 안철수(왼쪽) 공동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입법 관철을 위한 결의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회담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무공천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팎에서 6월 지방선거 패배를 우려해 안 대표에게 무공천 폐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등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회담 거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안 대표를 만나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기초선거 공천폐지는 여야 간 합의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박 수석은 “기초공천 폐지 사안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여야 간 논의를 통해 국회에서 합의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며 “기초공천 폐지 사안은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해야 할 사안이 아니고 여당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니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도 6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안 대표와 회담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박 수석은 “회동과 관련해 현재 선거가 임박해 있는 상황으로 5월15일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되고 5월22일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다”며 “각 당이 지방선거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또 “지방선거가 끝난 뒤 민생과 국익을 논의하기 위해선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전을 기대하며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 앞으로 국정운영에 많은 협조를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대표는 깊은 침묵을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두 대표가 “새로운 얘기가 없지 않느냐”며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선거법 개정 사안인줄 몰랐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수석은 “박 대통령만큼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이 없다”고 딴소리를 했다.

또 안 대표는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개입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느냐”고 되물었다.

안 대표는 박 수석이 돌아간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말했다는 내용이 지난 금요일 정무수석이 개인적으로 말한 것과 동일했다”며 “사과나 양해는 아닌 걸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초공천 무공천 등과 관련한 향후 방침에 대해 “숙고해본 뒤 말하겠다”고 했다.

◆ 김한길, 안철수 무공천 진퇴양난

박 대통령이 회담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두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일단 두 대표가 무공천 방침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살린다. 당 통합 이후 ‘약속 정치’를 강조해온 만큼 이를 철회하게 되면 안 대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금태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무공천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입법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결의문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입법 협상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안 대표는 "우리의 승리는 현명한 국민의 승리이며 새정치의 승리이고 약속 지키는 정치의 승리"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온라인 공세도 이어갔다. 3개의 동영상에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1월6일 정치개혁관련 공약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에 대해 약속하는 모습과 11월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기초광역의원결의대회에서 기초공천폐지 공약을 재차 천명한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의원들을 비롯해 친새정치민주연합 교수그룹에서도 무공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 대표의 입지를 고려해 안 대표가 자연스럽게 퇴로를 마련하기 위해 일종의 멍석을 까는 것일 수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의 명분도 중요하지만 3천 명 후보와 알토란 같은 당원들의 소중한 생명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며 “그런 생각에서 연일 무공천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전면적 무공천 철회를 하기 어렵다면 이를테면 영호남은 무공천하고 수도권은 공천하는 방향도 있을 수 있다”며 “기초단체장은 공천하고 기초의원만 무공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초공천 폐지는 모든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건 유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키겠다는 쪽에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기초선거 공천으로 선회하는 것이)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비난받을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김상집 광주 서구청장 예비후보와 김대현 남구청장 예비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기초선거 공천 폐지 이행을 촉구하며 7일 오전 광주시의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번 단식은 안 대표의 무공천 방침에 대한 의지를 지원하고 새정치민주연합소속 국회의원들의 농성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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