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품질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5년 안에 영업이익률을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판매보증비로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현대차, 품질문제 잡지 않으면 영업이익률 7% 달성 어렵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20일 현대차의 2018년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한 판매보증충당부채의 규모가 늘었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완성차기업이 자동차를 팔았을 때 무상수리 보증기간에 발생할 수리비를 예상해 회계에 미리 부채로 반영한 금액을 말한다. 

완성차기업들은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에 근거해 보증기간에 회사의 자원(현금이나 수리부품)이 얼마나 들어갈지 미리 계산해 일정 금액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해마다 쌓는다.

현대차가 지난해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쌓은 금액은 모두 1조7031억 원이다. 2017년에 1조4731억 원을 반영했는데 이보다 15.6% 늘었다.

현대차가 이미 2018년 10월에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판매보증충당부채를 보수적으로 잡겠다고 밝혔던 만큼 금액이 커진 것을 문제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량과 매출이 사실상 제자리걸음하는 상황에서 판매보증충당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단순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했을 때 자동차부문 매출은 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판매보증충당부채는 15% 넘게 늘었다.

기간을 넓게 잡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자동차부문 매출은 모두 3.6% 증가했지만 판매보증충당부채는 70.6% 증가했다.

자동차부문 매출 대비 판매보증충당부채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2.26%를 보였다. 2015년과 비교할 때 이 수치는 3년 동안 0.9%포인트 증가했다.

상황을 단순화해 보면 2015년에는 2천만 원짜리 자동차 한 대를 팔 때 보증수리 등으로 26만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해에는 45만2천 원을 지출할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자동차 불량 등 품질문제가 빈번해지자 현대차가 향후 보증기간에 지출하게 될 금액을 늘려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판매보증충당부채 가운데 실제로 사용된 금액이 늘어난 점은 더 큰 문제다.

현대차는 2017년에 판매보증비로 모두 1조7658억 원을 지출했다. 판매보증비는 2015년만 해도 1조1308억 원이었지만 2016년 1조3608억 원, 2017년 1조743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리 적립했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쓰지 않으면 나중에 일부를 영업이익으로 환입할 수 있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신규 설정액보다 더 많은 비용을 판매보증비로 지출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져있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14년 8.5%에서 2018년 2.5%로 가파르게 후퇴했다.

현대차가 품질문제에 계속 시달리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월27일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경영설명회)’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자동차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글로벌 점유율 확대 △원가 구조와 경영 효율성 개선 △제품믹스 개선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제시했는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판매보증충당부채 규모가 이런 전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판매보증충당부채의 규모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최근 캐나다에서 싼타페스포츠와 쏘나타 등 모두 25만5370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말 연료파이프 누유 문제로 쏘나타와 싼타페 10만 대를 리콜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관련 집단소송에서 원고들과 합의하며 보증기간을 기존보다 2배 연장했다.

리콜과 판매보증기간 연장 등에 따라 현대차가 잠재적으로 떠안아야 할 충당부채 규모가 더욱 커진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