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6일 하나은행 사외이사들과 자리를 마련해 함 행장의 연임을 두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감원이 개별 금융회사의 이사회 구성원을 따로 부른 것은 이례적 사건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함 행장이 현재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으면 하나은행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지난해 ‘셀프연임’ 논란으로 한 차례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웠는데 올해 함 행장을 재신임할지 여부를 두고 또 다시 금융당국과 충돌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나금융의 회장 선임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잠시 중단할 것을 권고했지만 김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3기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고려하면 함 행장의 연임을 두고 다시 한 번 금감원과 날을 세우기에는 김 회장으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 역시 지난해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며 체면을 구겼던 만큼 '명예회복'을 위해 김 회장에 더욱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높다.
함 행장이 현재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이 내세우는 ‘지배구조 안정성’이라는 명분을 반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현직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등이 모두 채용비리와 관련해 실형을 받았던 만큼 함 행장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임기 도중에 함 행장이 물러나 ‘경영공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나은행 사외이사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 기소 후에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은 함 행장이 유일하다고 지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노동조합도 함 행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로 함 행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경영공백'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함 행장은 재판결과에 따라 행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며 “함 행장의 연임은 하나은행의 미래에 적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이 그동안 함 행장과 궂은 일, 좋은 일을 함께 겪어내며 하나금융그룹을 이끌어 온 만큼 연임을 밀고갈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함 행장은 지난해 하나은행을 사상 최고 실적을 내도록 이끌었던 데다 급여·임금·복지제도통합을 이뤄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내부에서는 금감원의 압박이 '관치'가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함 행장이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않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또 최악의 상황으로 유죄가 나온다고 해도 그때 가서 은행장 승계구도가 가동되면 된다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함 행장이 물러나면 채용비리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함 행장이 그룹 안팎으로 두터운 신망을 쌓아온 데다 은행 내부적으로 혹시 모를 경영공백 사태에 대응책도 마련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회장이 함 행장의 성과와 앞으로 하나금융그룹에 기여할 역량 등을 고려해 재신임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