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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 가문, '다시 정주영'을 외치는 까닭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3-20 19: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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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 현대 가문, '다시 정주영'을 외치는 까닭  
▲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영화 ‘국제시장’에서 어린 주인공이 말쑥하게 차려 입은 청년 신사의 구두를 닦는 장면이 나온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그는 “내 꿈은 큰 배를 만들어 외국에 파는 것”이라고 말해 어린 소년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며 유유히 사라진다.

21일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서거한지 14주기를 맞는다. 올해는 정 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한 추모열기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다크호스로 뛰어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20일 광주상의 회장에 추대된 뒤 롤 모델로 정주영 명예회장을 꼽았다.

김 회장은 “평소 정주영 회장님을 존경한다”며 그 이유로 정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을 들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20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시련이 닥칠 때마다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던 창업자님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그립다”며 “창업자님은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을 때면 오히려 의욕과 열정을 불태우셨다”고 추모했다.

정 명예회장은 기업인이자 정치인,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그는 산업기반이 전무한 1960~1970년대 조선소를 세우고 건설과 자동차산업에서 “하면 된다”는 신화를 써냈다.

정 명예회장은 기업인들에게 시련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개척과 도전의 아이콘이다.

허허벌판에서 땅 사진 하나와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들고 조선사업을 시작했다거나 중동 사막 한복판에서 건설업을 일군 일, 자동차산업을 일궈낸 것 등은 국내 기업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재벌의 정경유착과 노동자 탄압 등 정 회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올해 특히 ‘정주영’을 기리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범 현대가가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1일 공식 페이스북에 ‘자동차는 달리는 국기다’라는 제목의 동영상과 글을 올렸다.
 
‘아산정주영닷컴’이 제작한 정 회장의 자동차산업 진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초기화면에 ‘포니’ 자동차가 등장하는 이 동영상은 올린지 하루 만에 조회수가 7500여 회를 넘었다.

  범 현대 가문, '다시 정주영'을 외치는 까닭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4주기를 하루 앞두고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 명예회장의 생전 자택에서 열리는 제사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정 명예회장의 14주기 제사가 20일 저녁 고인의 청운동 자택에서 치러졌다. 이날 범 현대가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정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생일은 11월25일이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행사에 불참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제주를 맡는다.

제사에 3남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6남 정몽준 전 국회의원, 며느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7남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8남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 등 손자들도 참석했다.

정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인영 회장의 장남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1999년 말 자산 규모 124조 원으로 자타공인 재계 1위였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사망한 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현대백화점, 현대해상 등으로 쪼개지며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올해 범현대가는 정주영 시대의 옛 영화에 더욱 목이 말라 있다.

한때 조선업계 1위의 위용을 과시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차도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범 현대가가 ‘다시 정주영’을 외치는 또 다른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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