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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승계' 돕던 강성부, 한진그룹 승계의 흑기사인가 백기사인가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8-11-16 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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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가 한진칼 2대주주에 돌연 오르면서 과연 무엇을 노릴까?

강성부 KCGI 대표는 사모펀드인 LK파트너스와 KCGI에서 일하면서 기업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의 ‘지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차익을 얻는 투자전략을 펼쳐왔다.

이번 한진칼 지분 매입은 그동안 전략과 달리 ‘대기업’을 겨냥한 투자인데 한진그룹 측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강 대표가 ‘도전장’을 던진 목적이 무엇인지 더욱 주목된다.

◆ 강성부, 사모펀드의 ‘기업 승계시장’ 문 열어

16일 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이유로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승계' 돕던 강성부, 한진그룹 승계의 흑기사인가 백기사인가
▲ 강성부 KCGI 대표.

KCGI는 투자목적회사(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보유한 뒤 사실상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KCGI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로 저평가된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이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투자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KCGI는 2018년 7월에 세워진 신생펀드로 9월 방산업체 LIG넥스원과 손잡고 통신장비업체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18.57%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이번 한진칼 지분 확보가 두 번째 움직임이다.

이노와이어리스 오너였던 정종태 이노와이어리스 대표이사는 모든 지분을 LIG넥스원과 KCGI측에 넘긴 뒤 현재 오창덕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아 전문경영인으로 일하고 있다.

정종태 대표는 기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고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KCGI가 정종태 대표의 지분을 인수해 자금의 활로를 뚫어줬다.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던 대기업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한 셈이다.

강 대표는 LK파트너스 대표로 일할 때부터 주로 기업 승계를 눈앞에 둔 기업들을 투자대상으로 삼아왔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오너들이나 상속증여세 부담이 너무 커 승계를 포기하는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도와주거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2015년에 “많은 기업들의 경영권이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너의 지분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데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다 보니 일감 몰아주기나 배임·횡령 등의 무리수가 나타나고 있다”며 “사모펀드(PEF)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 기업 승계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는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요진건설 지분 4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2017년 지분을 다시 1대 주주에게 되팔아 1천억 규모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건설회사인 대원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했다.

대원은 2017년 전영우 대원 회장에서 아들인 전응식 대원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대원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체제로 전환했다.

LK파트너스는 이 과정에서 대원이 보유한 대원지주회사와 대원건설 지분 일부를 사들이며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했다.

강 대표는 “가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막대한 세금에 막힌 기업에 투자해 투명한 지배구조로 개선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오너에 되팔아 안정적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강성부, ‘재벌’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도전장’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지분 승계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기업승계' 돕던 강성부, 한진그룹 승계의 흑기사인가 백기사인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로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28.95%로 30%를 넘지 않아 경영권이 굳건하지 않기도 하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의 17.8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그 뒤로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2.31%,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2.3%,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으로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그동안 강 대표가 주로 중견기업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참여하면서 오너 일가와 도움을 주는 관계를 맺으며 ‘우호 지분’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말 그대로 조 회장 일가에 ‘적대적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강 대표는 아직까지 한진칼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지 않아 이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그동안 오너 일가의 지분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한 호텔 등 자산 대부분을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회계처리해 기업가치가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강 대표가 경영권 지분을 활용해 이런 자산을 시가로 반영하도록 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적자 사업부 정리를 위한 호텔 및 부동산 매각, 계열사 경영 참여 시도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대표는 최근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잇따른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일가의 잇따른 사건·사고로 경영권 승계를 언급하기조차 어려워진 한진그룹 처지를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모양새다.

앞으로 KCGI는 2대주주로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 기능 강화를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주주 권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산 재평가 및 배당 확대 등의 대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지분 승계를 실시할 자금과 악화된 여론 등이 모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KCGI가 오히려 '우호 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확보한 경영권 지분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끝난 뒤에 이를 다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 오너 일가에 되팔아 차익을 얻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한진그룹이 KCGI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 지에 따라 극단적으로는 오너 일가의 경영 제한을 요구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

KCGI가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9%로 오너 일가의 지분(28.95%)과 비교하면 크게 모자라지만 최근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하고 있는 국민연금(8.35%)과 외국인 주주 등과 손잡으면 우호 지분을 28%까지 늘릴 수 있다.

KCGI는 “세부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하면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임원의 선임 및 해임, 정관 변경 등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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