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바라 제네럴모터스(GM) 회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잘 알려진 구조조정 전문가다.
한국GM 노사가 법인 분리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바라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노조를 만나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그가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한국GM 구조조정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바라 회장이 최근 본사가 위치한 북미 지역에서 구조조정의 칼을 대고 있어 한국GM도 언제든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M은 북미 지역에서 1만8천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 규모를 줄이고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분야에 주력하고자 하는 바라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바라 회장은 취임 후 꾸준하게 구조조정을 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구조조정은 주로 해외사업에 집중돼 있었는데 이번엔 GM의 본거지인 북미에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GM은 3분기 매출 358억 달러, 영업이익 32억 달러의 좋은 실적을 냈다. 북미 지역 영업이익만 28억 달러, 영업이익률은 10.2%에 이른다.
북미에서 사업이 호조인데도 인력 감축을 진행하는 것은 바라 회장의 선제적 구조조정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라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4년 GM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2016년에는 자동차업계 최초로 여성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GM 경영을 맡은 뒤 ‘수익 없는 곳은 과감히 철수한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공장을 폐쇄하고 차례로 철수했으며 유럽의 자회사인 독일 오펠과 영국 복스홀도 매각했다. 호주와 인도에서도 정부가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과감하게 손을 뗐다.
최근 한국GM은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노사 간의 긴장이 커져 있다.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한국GM의 구조조정 혹은 철수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노조는 바라 회장이 직접 나서 법인 분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0월23일 바라 회장에게 법인 분리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바라 회장은 10월31일 보낸 답신에서 “법인 설립으로 한국과 GM의 장기적 결속을 강화할 수 있다”며 “집중 경영, 투명성 증대, 운영 효율 증대 등의 이점이 있다”고 말해 노조와 시각 차이를 보였다. 현재로서 양쪽이 쉽사리 합의점에 도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라 회장이 본거지인 북미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한국GM 노조와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바라 회장은 4월 노사 합의 등 지금까지 진행된 한국GM의 상황에는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당장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그는 10월3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에서 구조조정의 결과로 비용 절감을 실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바라 회장과 노조의 만남은 한국GM 구조조정 여부와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바라 회장은 노조에 보낸 편지에서 한국을 방문할 의사를 내비쳤다.
바라 회장은 “조만간(soon)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그때 노조와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GM 회장의 한국 방문은 2002년 잭 스미스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이후 16년 동안 한 차례도 없었다.
바라 회장 역시 2014년 부사장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 있으나 최고경영자가 된 이후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바라 회장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한국GM의 진로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양쪽의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12월 초 법인을 설립하기 전인 11월 이내로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바라 회장은 구체적 일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바라 회장의 한국 방문 의지가 단순히 수사적 표현에 그칠 가능서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GM 관계자는 바라 회장의 방한과 관련해 “바라 회장이 경영 정상화 방침을 설명하기 위해 한국에 갈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방문 일정은 논의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