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서도 ‘분식회계’로 결론내고 중징계를 담은 조치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금감원이 ‘원안 고수’라는 강경 태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조짐을 보이면서 ‘강 대 강’ 국면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를 마치고 이번 주 안에 징계 내용을 담은 조치안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KPMG, 딜로인트안진 등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7월12일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한 지 3개월여 만이다.
금감원은 올해 안에 증권선물위의 심의 절차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증권선물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고의로 미공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내용을 놓고선 금감원에 2012~2014년 회계 처리까지 포함해 다시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재감리에서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고의적으로 회계기준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증권선물위가 살펴보도록 지시한 2012~2014년 회계 처리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인식한 것은 ‘고의가 없는 중과실’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주식매수권(콜옵션)을 고려해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해야 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종속회사로 봤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2015년 회계 처리 위반’이라는 기존 결론에 ‘2012~2014년 회계 처리 위반’이라는 추가 판단을 덧붙이면서 ‘분식회계’라는 원안을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17일 금융감독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결과와 관련해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이 7월 증권선물위의 재감리 지시가 나오기 직전에 “원안 고수가 우리 의견”이라고 못 박았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금감원가 조치안을 통보하면 증권선물위는 2주 가량 준비를 한 뒤 11월에 회의를 열어 금감원의 조치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금감원의 결론을 반박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라운드’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증권선물위가 금감원의 조치안을 받아들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면 추가 제재뿐 아니라 상장 폐지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또 검찰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을 들여다볼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참여연대와 정치권에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금감원 못지않게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일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미공시했다며 ‘고의적 회계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린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봤자 얻는 것보다 잃을 게 크다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이 2012~2014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하는 것이 옳았다고 판단한 만큼 2015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꾼 것은 정당한 회계 처리라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 한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내보이고 있는 만큼 다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