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발행어음시장 선점 효과를 토대로 투자금융(IB) 선두자리 확보에 힘쓰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경쟁자로 등장한 데다 최근 금리 인상과 맞물려 은행의 예금금리가 높아지면서 발행어음시장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국내 첫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서 발행어음시장을 독무대로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8개 상품군으로 구성된 ‘퍼스트발행어음’을 내놓았는데 2018년 3월 말까지 4개월여 만에 2조2756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조달한 자금 가운데 60% 이상은 기업금융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고 19.5%는 유동성 자산, 17%는 부동산금융 자산으로 각각 운용하고 있다.
이 속도로 꾸준히 자금이 모이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올해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을 통해 2018년에 4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9년 6조 원, 2020년 8조 원으로 발행어음 자금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부터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어음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2조3천억 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약들에 힘입어 투자금융(IB) 관련 수익은 2분기에 570억 원으로 1분기보다 15.8%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사업과 관련해 인수금융과 기업투자분야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실시한 데 이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허브 한 곳에 해외 투자를 위한 조직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주요 투자대상으로는 아시아 신흥국의 채권이나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발행어음시장을 선점한 것을 발판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투자금융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뒤 “가장 먼저 발행어음업무 인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무한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다”며 “발행어음 업무 선두주자로서 개인과 기업,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2018년 6월에 국내 증권사 두 번째로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으면서 경쟁자로 등장했지만 NH투자증권이 금리 경쟁에 불을 붙이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NH투자증권은 1년 미만 상품에서만 한국투자증권보다 0.2%포인트~0.3%포인트가량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아직 국내에서 발행어음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무리하게 금리 경쟁을 펼치기보다 시장을 충분히 키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 발행어음의 금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연 금리 2.3%인 1년 만기물을 주력으로 발행어음을 내고 있는데 은행권 정기예금 가운데 일부 상품들의 금리도 연 2.0%를 넘어 2.2%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금리가 높은 수준이지만 금리 인상 기조를 감안하면 은행의 예금금리는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발행어음은 은행의 정기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 만큼 고객들의 선호도도 낮아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발행어음상품 가운데 일부 상품군의 금리를 한차례 상향조정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조달자금을 활용한 투자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