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기업공개(IPO)를 한다면 코스닥에서 할까, 나스닥에서 할까?
SK바이오팜은 나스닥 상장을 원칙으로 세워왔는데 최근 코스닥에 상장할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코스닥에 상장하게 된다면 국내 바이오열풍 덕분에 공모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가능성이 있지만 SK바이오팜이 개발하고 있는 주요 신약들의 수요가 미국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스닥 상장의 매력도 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SK바이오팜, 코스닥이냐 나스닥이냐
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나스닥 대신 코스닥에 상장할 수도 있다.
SK바이오팜은 1993년 SK에너지 대덕연구소가 모태인 회사로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생명과학사업부에서 2011년 SK의 100% 자회사로 분사했다.
SK바이오팜은 그동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왔다.
지난해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며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도 올해 2월 열린 JP모건 코리아 콘퍼런스에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분야 신약을 전문으로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 현재 판매 중인 의약품이 없다.
지난해 매출 853억 원, 영업손실 947억 원을 냈다. 2016년보다 매출은 5% 줄었고 영업손실은 81%가 늘어났다.
SK바이오팜은 연간 연구개발비만 500억 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는데 모든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국내는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을 수 있지만 북미와 유럽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한다. SK바이오팜은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왔기에 이에 맞춰 연구개발비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개발하고 있는 신약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허가를 받으면 미국 현지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법인에 마케팅조직도 설립했다.
이런 SK바이오팜을 놓고 최근 코스닥 상장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SK바이오팜을 코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국내 바이오주 열풍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면 나스닥 상장보다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스닥 상장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SK바이오팜은 특히 미국시장 공략을 목표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기에 나스닥 상장에 따른 미국 내 홍보효과가 훨씬 크다.
◆ SK바이오팜 기업가치 얼마나 될까
SK바이오팜은 최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전 투자유치(프리 IPO)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진행승인(IND)을 받은 신약은 무려 16개에 이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다다.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2018년 1월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
SK바이오팜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가운데 출시가 가시화된 신약은 2개로 수면장애 치료신약 ‘솔리암페톨(SKL-N05)’과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YKP3089)’다.
이 신약들의 흥행 여부에 따라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가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솔리암페톨 임상1상을 마치고 미국 제약회사 재즈(Jazz)에 기술수출했다.
솔리암페톨은 지난해 임상3상을 마치고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판매승인 신청접수가 완료됐다. 통상적으로 신약 판매 승인신청 접수일로부터 약 10개월 정도 심사를 한 이후에 출시 여부가 결정되기에 솔리암페톨은 내년 초 출시가 유력하다.
재즈는 현재 수면장애 치료제 ‘자이렘’을 판매하고 있는데 세계 수면장애치료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연 매출이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솔리암페톨은 자이렘보다 임상에서 효능이 더 좋아 재즈는 솔리암페톨을 자이렘의 후속약물로 키우려고 한다.
SK바이오팜은 솔리암페톨의 미국시장 판매량에 따라 재즈로부터 로열티를 받게 된다. SK바이오팜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12개국 판권은 직접 보유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로 기술수출없이 독자적으로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정대로라면 6월에 임상3상이 끝난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부터 판매까지 독점하고 있기에 흥행여부에 따라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월등한 약효가 입증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뛰어난 약효를 인정해 임상3상에서 안전성만 검증하도록 허가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임상3상이 끝나면 미국 식품의약국에 판매허가를 낼 것으로보인다. 출시 시기는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에서만 약 1조 원 수준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로열티가 없기에 마진율은 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현재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를 2조3천억 원으로,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조7960억 원으로 분석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2020년 기업가치 10조 원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