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경영 일선을 떠난 오너 후계자들은 누가 있을까?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횡포’로 조 전무뿐 아니라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까지 물러나면서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거나 완전히 멀어진 다른 오너 후계자들에게 시선이 쏠린다.

조현문, 효성그룹 경영에서 자발적으로 손 떼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효성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지 5년하고도 2개월이 넘었다.
 
대한항공 오너 갑횡포, 경영 떠난 오너 후계자들을 돌아보게 하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28일 효성그룹 인트라넷에 ‘사임인사’라는 글을 올리며 “정들었던 회사와 여러분 곁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글로벌 무대에서 쌓아온 법률가로서의 전문성과 효성에서 축적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몸담게 될 법무법인을 최고의 법률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예견된 수순으로 평가됐다.

조 전 부사장은 이미 2012년 3월에 더클래스효성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효성그룹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와 감사에서 모두 물러났으며 2013년 초에도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도 내려 놓았다.

당시만 해도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에서 나온 구체적 이유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형제끼리 경영권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했다.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효성그룹 계열사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아버지인 조석래 전 회장과 형제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면서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은 측근을 통해 2014년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룹 내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려고 해왔다”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그룹을 떠났다”고 심경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이메일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조석래 전 회장에게 “불법비리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가족들 모두가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내 회사를 내 뜻대로 경영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차라리 나가라”라는 대답을 듣고 회사를 곧 떠났다고 한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을 떠난 뒤 그룹의 내부 비리 등을 고발하면서 효성그룹 오너일가와 계속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을 ‘재벌가의 패륜아’ 내지는 ‘배신자’로 보지만 오너일가의 비리를 드러내는 데 앞장선 ‘재벌개혁의 순교자’라는 평가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효성그룹 경영에 절대로 복귀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부사장은 과거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내 재벌 3세들의 행태를 지적하며 “재벌 3세들에게 선악이나 질서는 남들 얘기일뿐 내가 곧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삿돈과 내 돈을 구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3남 김동선, 거듭된 일탈에 한화그룹 경영에서 물러나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은 2017년 초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화건설에서 신성장동력팀 팀장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다.

김 전 팀장은 한화가 새롭게 진출한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사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팀에 관여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오너 갑횡포, 경영 떠난 오너 후계자들을 돌아보게 하다

▲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방산계열사와 태양광, 화학계열사를 물려주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에게 금융계열사를, 나머지 계열사를 김 전 차장에게 줄 것이라는 승계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이 2017년 1월5일 새벽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술집에서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경찰에 입건되는 과정에서도 난동을 피운 혐의로 체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 전 차장의 난동 소식을 보고받은 김승연 회장은 곧바로 대노하며 “잘못을 저지른 만큼 벌을 받고 깊은 반성과 자숙을 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김 전 차장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017년 1월9일 한화건설에 사직서를 냈다. 같은 해 3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김 전 차장은 검찰이 기소한 모든 혐의에서 유죄로 인정받았으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과 피해자들과 함의했다는 점이 참작돼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김 전 차장은 2017년 11월에 또 다른 사건으로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김 전 차장이 2017년 9월 말에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전 차장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한화그룹을 통해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제가 물의를 일으켜 더욱더 면목이 없다”며 “늦게라도 저의 행동을 지적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이번 기회에 제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겠다”고 사과했다.

김 전 차장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연거푸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은 점을 감안할 때 한화그룹 경영에 당분간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SK그룹 최재원과 LIG그룹 구본상, 죗값 치렀지만 경영 복귀는 아직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은 과거에 모두 기업경영과 관련한 불법이 적발돼 각각 3년3개월, 4년씩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16년에 풀려났다.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계열사 출자금을 국외에서 불법적으로 쓴 혐의(횡령)가 인정됐고 구 전 부회장은 사기성 LIG건설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 받아 형을 살았다.
 
대한항공 오너 갑횡포, 경영 떠난 오너 후계자들을 돌아보게 하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두 사람 모두 풀려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이들을 경영 일선에서 보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두 사람 모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2021년까지 그룹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간접적으로나마 SK그룹의 경영활동에 모습을 비추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17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서산 배터리공장을 방문해 그가 주도했던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둘러봤고 2017년 6월에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3월에는 헝가리를 방문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최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시작한 뒤 기울인 노력이 유럽 공장 건설 등으로 결실을 봤다”며 “머지 않아 전 세계 전기차에 SK 배터리를 공급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그룹 경영활동에 힘을 실었다.

반면 구 전 부회장은 출소 이후 LIG넥스원의 경영활동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LIG넥스원의 실적 부진 시기와 맞물려 대표이사가 1년 반 동안 두 번이나 바뀌면서 구 전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그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구 전 부회장은 경기 용인에 있는 LIG넥스원 본사도 가끔 방문할 정도라고 전해진다.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자리에 복귀한 오너일가도 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은 2017년 5월1일자로 창업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박 부회장은 20년 넘게 두산그룹에서 일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사촌 형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등과 함께 두산그룹의 미래를 맡을 오너경영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5년 개인적 사정으로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두산그룹의 승계구도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박 부회장이 네오플럭스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한다면 다시 오너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