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김중수 "하반기 경기 더 좋아질 것"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마지막 금통위 회의를 마치고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내린 이후 10개월 연속 동결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퇴임에 앞서 마지막 금융퉁화위원회를 주재한 뒤 기자들을 만나 지난 4년은 100년 만에 처음 오는 위기상황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급박하게 변화했는데, 사후적으로 왜 미리 대처하지 못했냐는 질책이 있을 수 있어 경계심을 갖고 생활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오는 31일 물러난다.

김 총재는 외부 출신 총재로서 한은에 몰고 온 개혁의 바람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에 대해 후대의 평가를 기다린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하는 사람들의 중앙은행은 아니다"라며 "부임 이후 사회와 한은 간의 벽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시도가 국민경제발전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믿는다""명암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림자보다는 빛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은 김 총재와 일문일답 내용이다.

-정부나 한은은 하반기에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연초 수출이나 산업생산 데이터를 보면 경제회복세가 미약하다. 경기회복 전망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수출이 2월에 1.6% 늘었고 경상수지 흑자도 24개월 연속 지속됐다. 성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입이 너무 줄어서 발생한 경상 흑자라고는 하지만 지난 1, 2월 평균 수출액이 월 20억 달러를 넘었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아직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의미있는 수치다.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마이너스라는 것을 지적하는데 지난해 3, 4 분기에는 전기대비 5%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투자 전기대비 -2%는 전체 경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주택시장도 회복세다. 미국경제도 회복된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고, 유로경제 성장률도 1.2%로 상향 조정되는 상황이다. 중국 또한 7.5%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의 혁신 3개년 계획 등 모든 대내외적 요인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본다."

-소비자 물가가 물가 목표 범위에 미치지 못한 기간이 긴데 정책실패 아닌가

" 물가는 중기적 시계에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실패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3년동안 2.5~3.5%범위 내에서 물가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반기 1.7%, 하반기 2.8%. 어느 정도는 예상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중앙은행의 목표는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어떻게 잘 억제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부 국민들의 기대심리는 2.9%. 또 전반적으로 물가가 낮은 것이 경제 성장이 안돼서 그렇지 않냐고 하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 그것을 매우 유의해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 부문에 걸친 인플레의 약화라고 보진 않는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에 대처하는 게 맞고, 종합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4월에 경기전망 수정이 예정돼 있는데 기존 전망을 수정할 만한 대내외적 변화가 있었나?

"곧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세계경제 전망 자료가 다시 발표될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경제는 지금보다 약간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경제권은 최근 정치적 불안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경제가 어려워 반대로 되지 않겠는가하고 예상한다. 그러나 그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금리 인상은 전반적 부채의 총량규제를 위해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면 금리 인하는 특정 계층에서 부담을 낮출 도 있다. 그러나 금리는 가계부채만을 위해 조정하는 게 아니다. 금리는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서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늘고는 있지만 금융안정을 해치고, 금융불안을 일으켜 위기를 낳을 확률은 크지 않다. 거시경제 부문에서도 보면 지난해 저축률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그런 면에서는 지난 몇년 동안에 비해서는 부채를 감당할 여력이 더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분위까지 봤을 때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자산이 없어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은의 통화정책 책임론이 나온다.

"4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경제는 이머징마켓에 속해있었지만 이번에 미국 양적완화 축소 상황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세계의 평가 수준이 높아졌다. 가계 부채 때문에 통화정책이 적절하지 않았던 것 처럼 보일 수 있다. 중앙은행이 거시 정책을 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중앙은행의 정책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임기 동안 아쉬웠던 점은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 지난 4년간 100년 만에 처음 오는 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급박하게 변화했다. 사후적으로 왜 미리 대처하지 못했냐는 질책이 있을 수 있어 경계심을 갖고 생활했다. 임기 끝나는 날까지 마음의 여유나 편안함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한은에서 가장 변화가 컸던 점을 꼽는다면

"한은법이 개정됐고 인재개발원이 준공됐다. 직원들도 고품질의 보고서를 많이 내놓게 됐다. 금통위 의결문의 진화도 있었다. 금통위 의결문에 거시·국내·국제 금융 정보를 넣었다. 6주 만에 발표하던 의결문을 2주로 앞당겼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빠른 것이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에도 신경을 썼다."

-한은의 개혁을 주도했다. 조직과 인사를 바꾸고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트렌드를 만들었다. 부정적 효과와 후유증도 지적되고 있는데

"한은으로서 당연하게 경험해야 할 과제였다. 혹시 한은 재직자 중 일부가 안 좋게 생각한다면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으로 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하는 사람들의 중앙은행은 아니다. 부임 이후 사회와 한은 간의 벽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시도가 국민경제발전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믿는다. 명암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림자보다는 빛이 더 클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 금통위 소감은?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내경쟁과 대외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대내경쟁을 통한 성장은 인류 역사상 성공한 적이 없다. 대외경쟁은 외부에서 충격이 오지만 대내경쟁은 기득권을 내려놓기 힘들기 때문에 잘 안 된다. 가을학기부터는 강의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