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극저온 히트펌프 개발하기로

▲ 9일 삼성전자가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 라이프 스타일 모습.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와 손잡고 영하 30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미국 에너지부가 후원하는 다중 프로그램 과학 기술 국가연구소 오크리지국립연구소와 ‘한랭지용 증기압축식 난방과 멀티 솔루션 개발’ 연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연구는 히트펌프 핵심 기술인 증기압축 기술을 고도화해 단일 압축기 기준으로 영하 30도 이하의 환경에서도 높은 난방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증기압축 기술은 냉매를 압축·순환시켜 외부의 열을 실내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난방뿐 아니라 냉방과 온수 공급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외기 온도가 낮아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압축기에 회전식 스크롤 방식을 적용하고 냉매량을 조절하는 ‘플래시 인젝션’ 기술도 활용한다.

스크롤 방식은 두 개의 스크롤이 맞물려 회전하면서 냉매를 압축하는 구조로 기존 피스톤 방식보다 에너지 손실이 적고 장시간 운전 안정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플래시 인젝션은 장시간 작동 과정에서 열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감지해 필요한 경우 냉매를 기기 내부에 추가 주입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구를 2027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뒤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필드테스트 랩에서 신기술을 실증한다.

연구진은 혹한기 동안 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 장시간 운전 안정성, 온수 공급 성능 등을 검증한다.

삼성전자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냉난방 겸용 시스템에어컨과 히트펌프 보일러 등 다양한 냉난방공조(HVAC) 제품에 관련 기술을 확대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증기압축 난방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난방 전기화 흐름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극저온 환경에서 히트펌프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해 북미와 북유럽 등 한랭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히트펌프를 화석연료 기반 난방을 전기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대체하려는 정책과 수요 확대는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이란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가격 급등을 계기로 난방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를 더욱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4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최소 비중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공건물에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정용 히트펌프의 부가가치세(VAT)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현실화하면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하는 수요가 더욱 늘면서 글로벌 히트펌프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의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택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협업은 실제 극저온 환경에서 삼성의 독보적 고효율 기술과 기기 신뢰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히트펌프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