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임석정 펀드’의 도움을 받아 셀트리온홀딩스의 ‘급한 불’인 자금문제를 해결했다.

서 회장이 이번 자금조달로 셀트리온그룹의 현안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과 현금 확보 측면에서 보폭을 크게 넓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정진, 임석정 도움받아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문제 해결

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셀트리온홀딩스는 2월28일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가 조성한 펀드를 대상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서정진, '임석정 펀드' 덕에 셀트리온홀딩스 고질적 자금난 해결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 관계자는 “조만간 셀트리온홀딩스에서 관련 내용을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3%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으로 얻은 자금을 단기부채상환에 우선 사용한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월초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개인지분을 담보로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1300억 원을 빌려왔다. 만기는 올해4월9일까지다.

셀트리온홀딩스가 거액의 자금이 급하게 필요했던 이유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위반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해 말까지 셀트리온 지분을 19.76%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원래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13년 발행한 해외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고 임직원들의 스톡옵션이 실행되면서 2015년부터 지분율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분율을 다시 20%이상 높이라며 2016년4월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그러나 셀트리온홀딩스는 현금부족으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과징금 24억300만 원 부과와 함께 6개월 안에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지 못하면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셀트리온홀딩스는 자금이 없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정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비상장 지주사인데 2016년 말 개별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48억 원에 그칠 정도로 현금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담보로 셀트리온헬스케어로부터 1300억 원을 빌려왔다.

이어 2월9일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 당시 코스닥150지수에 맞춰 투자하는 각종 펀드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에 따라 자동으로 셀트리온 주식을 대거 매도하자 0.33%를 장내매수해 지분율을 20.09%로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환사채 발행으로 SJL파트너스가 셀트리온홀딩스의 자금 융통을 도운 ‘구원투수’가 된 셈이다.

◆서정진, 임석정이 ‘은행’ 역할 맡으면서 보폭 넓어질 듯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는 그동안 서정진 회장의 ‘백기사’역할을 맡아왔다. 

임 대표는 2008년 셀트리온이 코스닥에 상장할 때부터 서 회장과 인연을 맺었으며 2011년 JP모간 계열 사모펀드(PEF)인 원에쿼티파트너스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2.84%를 사들이는 데도 기여했다고 전해진다.
 
서정진, '임석정 펀드' 덕에 셀트리온홀딩스 고질적 자금난 해결

▲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


셀트리온이 2013년 공매도로 시련을 겪을 당시 셀트리온의 해외전환사채 발행도 자문했다고 한다.

임 대표가 지난해 말 SJL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서 회장을 적극 지원하면서 앞으로 셀트리온그룹의 만성적 문제인 자금조달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산 대부분이 셀트리온 주식이다.

서 회장은 그동안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를 자회사 지분 매입과 투자에 사용했는데 이런 방식은 셀트리온의 높은 성장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개별기준 현금성 자산은 2016년말 기준으로 50억 원이 채 안되지만 부채는 4578억 원에 이른다. 조정부채비율도 2015년 98%에서 2016년말 113%로 늘어났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셀트리온홀딩스는 지주사로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수 없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추가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셀트리온 지분을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현재 20%를 가까스로 넘긴 상태이지만 임직원들의 스톡옵션과 해외 전환사채 등으로 다시 지분율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셀트리온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셀트리온홀딩스는 추가 지분 매입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도 서 회장이 원하는 시기에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합병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6.18%를 들고 있다. 합병 이후 서 회장의 보유지분을 셀트리온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 보유지분율을 쉽게 높일 수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한다면 서 회장의 개인 지분이 높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최대한 높은 평가를 받고 셀트리온이 최대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 서 회장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2월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하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보다 주가 상승에 유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다음 합병해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몸값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SJL파트너스의 등장으로 서 회장이 시간적 여유를 마련했다는 말도 나온다.

서 회장이 SJL파트너스를 통해 인수합병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판매확대를 위해 미국지역 제약유통사 인수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지 제약 유통사 인수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구축, 영업이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 “좋은 신약을 보유한 회사나 우리 제품을 좀 더 잘 파는 마케팅 역량을 지닌 회사를 인수합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