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임기를 완주할까?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요 전력공공기관의 수장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이 사장의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력공공기관은 대부분 수장이 공석이거나 기관장 임기가 끝나 새로운 수장이 필요하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 완주할까, 검찰 수사와 원전 수출이 변수

▲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조환익 전 사장이 8일 이임식을 열고 물러났고 한국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은 9월부터, 동서발전은 6월부터 수장이 공석인 상황으로 현재 기관장을 뽑기 위한 공모를 진행하거나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도 수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지난 수장이 기관을 이끌고 있어 새 기관장을 뽑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새 수장으로 소방방재청 차장을 지낸 조성완 사장을 임명했다. 한전원자력연료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새 수장으로 한전KDN 전무를 지낸 정상봉 사장을 선임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전력 등의 기관장 인선을 마무리할 경우 14개 주요 전력공공기관장 가운데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등 2곳만 남게 되는 셈이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해 11월 수장에 올라 임기가 2019년 11월, 정의헌 한전KPS 사장은 올해 1월 사장에 선임돼 임기가 2020년 1월까지다.

두 기관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사장 교체 가능성이 나온다.

이관섭 사장이 교체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한국전력, 6개 발전공기업, 전력거래소 등에 모두 새로운 수장을 앉히면서 에너지 전환정책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검찰이 지난주 이 사장의 집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이 사장의 교체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압수수색 배경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기업계는 이 사장이 지난해 서부발전 사장 인선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을 구속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지냈다.

이 사장은 5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서부발전 사장 인선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특별대책본부를 세우고 전수조사 등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이 현재 체코 원전 수출, 원전해체기술 확보 등 원전사업의 미래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이 사장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 사장은 4월 체코에서 ‘원전산업공급자포럼’을 진행하며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강조했고 10월 한국을 찾은 체코의 정부인사를 만나 원전 수출방안을 논의했다. 11월 말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원전 수출을 위해 체코를 방문하는 등 체코의 정계·산업계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조환익 전 한국전력 사장이 영국 원전 수출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한 뒤 물러난 점을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체코 원전 수출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이 사장에게 시간을 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이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해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족한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 초대회장에 오른 점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에 따라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전해체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기술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