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독점체제를 확보한 대형 올레드패널시장에 중화권업체들이 대규모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장기적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경쟁업체의 진출에 힘입어 올레드TV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점은 LG디스플레이에게 긍정적이다.
3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BOE와 차이나스타, 티앤마 등 8곳에 이르는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가 대형 올레드패널 양산계획을 확정하고 신규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업체인 BOE의 경우 5군데에 이르는 올레드패널 생산공장 신설을 추진하며 40조 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는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양산한다.
기술력이 뒤처지는 중국 패널업체들이 단기간에 올레드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그동안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투자규모를 볼 때 사업확대에 충분한 자신감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업체의 진출로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한 대형 올레드패널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독점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TV패널시장을 LCD에서 올레드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며 최근 대형 올레드에만 10조 원 정도를 투자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LCD에는 추가 생산투자를 벌이지 않기로 했다.
중국업체들의 물량공세로 LCD패널에서 갈수록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올레드TV용 대형패널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중화권업체들이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 투자의 완전한 결실을 맺기도 전에 경쟁에 직면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중화권업체의 대형올레드 투자확대로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을 강화해 대응할 것”이라며 이런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화권업체들이 속속들이 대형 올레드 생산에 뛰어들어 올레드TV의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이 결국 LG디스플레이에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TV 1위업체인 삼성전자가 LCDTV 중심의 시장판도를 유지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패널업체들이 대형 올레드 공급을 늘리면 올레드TV 제조사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LG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상위 TV업체는 아직 LCDTV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책임지는 프리미엄TV는 올레드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창홍과 콩카 등 중국 주요 제조사들도 차별화를 노려 올레드TV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올레드TV 제조업체는 지난해 8곳에서 올해 13곳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TV업체가 올레드TV를 주력으로 삼을 경우 LCDTV가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인식돼 과거 플라즈마TV와 같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도 있다.
올레드TV 제조업체들이 삼성전자의 TV시장 점유율을 빼앗으며 지배력을 대폭 확대하면 자연히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패널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후발주자로 나선 중국 패널업체보다 앞선 기술력을 강조하며 글로벌 상위업체에 올레드 공급물량을 유지해 경쟁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올레드의 기술적 특성상 중국업체들이 LCD보다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워 대부분 현지 제조사들에 패널을 공급하고 고가TV용 패널공급에는 고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5조 원 규모의 대형 올레드패널 신규공장을 중국에 짓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패널업체들을 자극해 올레드패널 진영의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장기적으로 대형 올레드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있지만 큰 폭의 기술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