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자율주행기술 연구소를 설립하며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애플의 자동차사업 진출계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미국 하만 인수를 계기로 전장부품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과 홍하이그룹이 힘을 합칠 경우 막강한 새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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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미국 미시간주에 최소 수조 원을 투자해 자율주행기술과 전장부품 전문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내놓았다.
궈 회장은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중국보다 훨씬 앞서있다”며 “새 연구소는 자율주행기술을 포함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시간주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주요 자동차기업의 본사가 위치해 차량관련기술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꼽힌다. 일본 토요타 등 해외기업도 최근 미시간주에 공장설립계획을 내놓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하이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수경기 활성화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해 미시간에 추가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홍하이그룹은 이미 위스콘신에 11조 원 규모의 디스플레이공장 설립계획을 내놓았다. 애플과 공동으로 별도의 대규모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계획도 추진하며 투자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하이그룹이 내놓은 투자규모를 볼 때 미시간주에 연구소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전장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생산공장이 들어설 가능성도 유력하게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는 디트로이트뉴스를 통해 “홍하이그룹은 전장부품사업 진출을 꿈꾸는 여러 전자업체들과 이미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미시간의 신규시설을 통해 현지 자동차업체에 다양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비건트리서치는 대부분의 전장부품이 스마트폰이나 PC에 들어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홍하이그룹이 생산규모와 원가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하이그룹은 애플 아이폰을 포함한 글로벌 전자업체의 PC와 스마트폰, 게임기기 등을 다수 위탁생산하며 공정기술력에서 최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모듈을 포함한 여러 전자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 전장부품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애플이 자율주행사업에 진출계획을 공식화하며 전장부품사업 진출을 노리는 가운데 홍하이그룹의 신규시설 투자가 이런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전기차 완제품 출시를 목표로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시작했지만 점차 관련 소프트웨어와 스마트카 전용운영체제 등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최근 외부에서 영입한 자동차 관련한 인력도 대부분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등의 설계분야에 집중돼있다.
애플이 전장부품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면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이를 구동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솔루션을 통합해 공급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제조분야에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기술력이 뛰어난 홍하이그룹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애플이 아이폰 등 기존 주력제품에 이어 전장부품까지 협력분야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꼽힌다.
IB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애플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설립을 약속했다”고 언급한 것이 홍하이그룹의 미시간 신규투자와 관련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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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이 개발중인 자율주행차 시스템. |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전장부품을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기술과 첨단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에서 맞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에서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승인받으며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고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마무리하며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단기간에 상위업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애플과 홍하이그룹이 협력해 자동차 관련시장에 진출할 경우 스마트폰시장에서와 같은 치열한 경쟁판도가 벌어지며 삼성전자에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핵심부품을 차량용으로 공급해 시너지효과를 낼 계획을 세운 만큼 전장부품시장에서 적기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과 시장경쟁을 대비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페이턴틀리애플은 “전장부품에서 홍하이그룹과 애플의 협력은 기술력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비슷한 사업분야 진출을 노리고 있는 만큼 기술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