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등 택배사업자들이 로켓배송을 둘러싼 법정싸움에서 쿠팡에게 승리를 뺏기면서 득실계산에 분주하다.
유통업체들의 택배시장 침투 가능성이 부담이지만 화물차량 증차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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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
1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한국통합물류협회(물류협회)와 법정 분쟁에서 승소하면서 택배업계의 화물차 증차제한이 다시 이슈로 떠오른다.
서울중앙지법은 CJ대한통운 등 10개 회사로 이뤄진 물류협회가 쿠팡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운수법)' 위반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18일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직매입상품은 사업자가 직접 배송해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류업회와 쿠팡은 지난해부터 로켓배송이 ‘유상’ 운송인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화물운수법에 따라 택배업체들은 자가용 화물자동차(하얀색 번호판)로는 유상 운송행위를 할 수 없고 영업용 번호판(노란색)을 허가받아야 한다.
쿠팡은 로켓배송이 무상서비스라며 하얀 번호판을 달고 운영했지만 물류업계는 물건값에 사실상 배송비가 포함되는 만큼 로켓배송이 무허가 유상운송이라고 반발해왔다. 물류협회는 현재 항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배송 자체가 다루는 물량은 택배업계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물류협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체배송의 물꼬를 틀 가능성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많은 전자상거래사업자들이 직매입 상품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쿠팡을 제외하면 모두 배송업무를 기존 택배업체에게 맡긴다.
그런데 앞으로 이들이 중간 배송업자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목적으로 쿠팡처럼 자체물류 배송에 나설 경우 기존 택배업계가 차지한 시장은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화물차량 등록제가 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화물차량이 부족한 CJ대한통운 등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택배업체들의 경우 증차규제가 완화되면 화물차량 공급부족으로 높아졌던 원가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파악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5톤 미만의 소형화물차는 일정조건만 충족하면 증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의원입법 형태로 화물운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이 요원해졌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왜 쿠팡만 허가가 필요없냐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안 그래도 높았던 택배노조의 불만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자가용 번호’를 달고 배송을 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대 6개월 동안 자동차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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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자체 배송서비스 로켓배송. |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4만5천여 대의 택배용 화물차 가운데 1만3천 대가 불법운행챠량으로 조사됐다. 택배 물동량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허가제 때문에 증차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은 국내 1위 사업자로 택배차량의 35%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불법차량도 4263대로 가장 많았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현실과 맞지 않는 화물수급제 때문에 30%에 가까운 택배노동자들이 단속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화물차량 허가완화 역시 유통업체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추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지만 신규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말도 있다. 물류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규모의경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유통업체들이 자체배송으로 얻는 실익은 작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난항을 겪는 것을 보면 신규사업자의 진출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