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가치투자’ 원칙에 따라 애플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아이폰이 막강한 브랜드 경쟁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전장부품사업 등을 놓고 애플과 맞대결하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 애플 ‘가치투자주’로 인정받아
17일 시장조사기관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증권사들이 내놓는 애플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44개 증권사 가운데 80%가 ‘매수’ 의견을, 20%가 ‘유지’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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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는 160.5달러로 16일 종가인 155.5달러보다 소폭 높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내놓은 증권사는 200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애플 주가는 최근 1년동안 35% 가까이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15일 역대 최고주가인 156.7달러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 회장이 최근 애플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사실이 나타나며 이런 상승세가 향후 수년동안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처음 애플 주식을 매입한 뒤 지분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1분기말 기준 보유주식수는 1억2900만 주(약 21조 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버핏이 이전부터 지켜오고 있는 ‘가치투자’ 원칙은 소비자들에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아 시장경쟁 심화에도 향후 수년동안 큰 변동 없이 장기적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코카콜라와 나이키, 맥도날드 등이 대표적인 버핏의 가치투자주로 꼽힌다.
이런 원칙에 따라 버핏은 그동안 변동성이 큰 전자업체의 주식은 거의 매입하지 않았는데 애플을 예외로 둔 셈이다. 그는 “애플은 완전히 차별화된 전자기업”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증권사 UBS는 “버핏의 애플 투자는 곧 아이폰이 ‘코카콜라’와 같이 소비자가 지속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품으로 안착했다는 의미”라며 “막강한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자업체들은 기술경쟁력과 시장변화에 따라 변동이 커 최근 수년동안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몰락, 일본 전자산업의 쇠락과 삼성전자의 급성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보 등 플랫폼과 브랜드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효과로 시장변화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나코드는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수가 올해 말에는 6억3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들이 애플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 꾸준한 교체수요를 유지한다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애플은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글로벌 브랜드가치 순위에서 구글과 MS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버핏의 대표적 가치투자주인 코카콜라 브랜드는 4위, 맥도날드는 9위를 기록했다.
◆ 삼성전자 브랜드 강화전략 고심
삼성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애플을 상대할 만한 유일한 전자업체로 꼽힌다. 스마트폰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데 이어 향후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에도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애플이 증권가 예상과 같이 코카콜라에 맞먹을 만한 굳건한 브랜드가치를 유지하게 된다면 삼성전자도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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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등 주요 신사업에서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려면 기존의 스마트폰 사용자기반과 브랜드 신뢰도를 적극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브랜드가치를 애플과 맞설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정면대결을 노리는 것과 브랜드가치 열위를 인정하고 사업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두가지 방법이 가장 중요하게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가격전략 등에서 애플에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곡면화면과 고성능 반도체 적용을 앞당기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출시로 글로벌시장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부품을 자체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원가경쟁력과 생산공정 관리에도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다른 전자업체와 같이 시장변화에 따라 이런 장점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블랙베리와 같은 스마트폰업체는 과거 휴대폰시장에서 막강한 우위를 자랑했지만 운영체제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며, 소니는 시장의 수요분석에 실패하며 각각 실패를 겪었다.
결국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사업에서 애플과 같이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드가치를 인정받아야 지속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신사업 진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와 리콜로 받은 브랜드이미지 타격을 만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임원인사에서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마케팅팀장에 이어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겸임하게 된 것을 볼 때 삼성전자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 부사장은 과거 화장품업체 로레알코리아 등에서 근무했던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로 전자업계에 경험이 없지만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영입된 인물이다. 브랜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역할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전략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은 최근 미국 삼성전자 마케팅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가장 큰 숙제는 소비자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런 노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 CNBC는 “삼성전자의 최대 과제는 기술력 발전이 아니라 애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독자적인 브랜드파워를 갖춰내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쉽게 다른 업체 제품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