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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이광구 행장이 우리은행의 체질개선을 통해 관치금융의 잔재를 털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행장은 지주사체제를 전환해 독립경영의 체질을 확보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조기대선과 과점주주들의 반대 등이 지주사체제 전환을 서두르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관치금융 흔적 벗겨내기 본격화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뒤 관치금융 잔재를 털어내는 데 힘쓰고 있다.
우선 우리은행은 성과평가 및 보수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 때문에 일반관리비를 늘리기 어려워 보수체계를 손보지 못 했다. 이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성과급체제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최근 우리은행 임직원의 보수와 성과보상체계를 보고받은 뒤 우선적으로 직원들의 급여체계를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은행 직원의 평균급여는 2015년 말 기준으로 7800만 원으로 다른 은행의 85~90% 수준에 그쳤다. 복지수준도 다른 은행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은행은 새로운 성과급 지급기준 등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이와 함께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스톡그랜트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실적과 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제도다.
우리은행은 현재 재무제표 등 계량적지표를 중심으로 1년 단위로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스톡그랜트 제도가 도입되면 6개월 단위로 평가하고 재무제표와 재무건전성, 비용효율성 등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주가, 인사 등 비재무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성과에 반영된다.
인적쇄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 상임감사에 오정식 전 KB캐피탈 대표가 선임됐다. 우리은행 상임감사로 민간출신이 선임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우리은행 상임감사는 주로 관료출신이 선임돼 정부의 입김이 들어오는 통로로 꼽혔는데 우리은행은 이번에 민간 금융전문가들로만 상임감사 후보군을 꾸려 낙하산인사의 가능성을 아예 없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와 관련된 우리은행장 인사청탁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행장은 이 의혹을 빠르게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이광구,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작업에 ‘올인’
이 행장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전반을 남기명?손태승?정원재 부행장 등 각 부문장들에게 맡기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작업을 맡을 자문사로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는 등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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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이 행장은 올해 초 경영기획그룹 아래에 미래전략단을 만들고 지주사체제 전환과 관련된 실무작업을 전적으로 맡겼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된 첫해부터 이 행장이 지주사체제로 전환에 매진하는 이유가 사업적 측면뿐 아니라 관치금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을 비롯해 현 정부에서는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우리은행 경영에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우리은행 민영화를 밀어붙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지주사체제 전환의 큰 틀을 잡아둬야 독립경영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체제 전환에 성공하면 우리은행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금보험공사의 지분매각도 앞당겨질 수 있다.
우리은행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여전히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21.4%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른 시일 안에 잔여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언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조기대선으로 새 정부가 등장할 경우 이 행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 행장은 2년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정권교체에 따라 임기를 다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목표달성을 통해 우리은행에서 리더십과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행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지주사체제 전환작업이 본격화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은행 지주사체제 전환 시기 늦춰질까
다만 지주사체제 전환을 놓고 과점주주 사외이사들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은 2월28일 우리은행 측이 준비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처음으로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은 지주사체제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속도에는 온도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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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상용, 노성태, 신상훈, 장동우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이 1월4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체제 전환의 시점을 못 박아두고 시간적으로 촉박하게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환시기는 당겨질 수도 있고 미뤄질 수도 있는 만큼 차근차근 관련 절차를 준비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애초 이르면 3~4월에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승인과 관련된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조기대선의 시작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은행이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승인과 관련한 예비인가를 신청하면 금융위는 60일 동안 심사한다. 예비인가 심사결과 문제가 없으면 본인가를 신청한 뒤 30일 동안 심사를 거쳐 승인이 결정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기대선 등에 지주사 전환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과거에도 금융지주 체제를 해봤던 만큼 절차상 걸림돌이 될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