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리스크에 외신 주목, 트럼프 '핵추진 잠수함 승인 철회' 가능성도 거론

▲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에 불만을 느끼고 외교 및 안보 차원에서 압박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불안한 동맹 관계가 이어지며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승인을 철회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다시금 위협하는 등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한국이 미국과 합의한 대미 투자 약속을 1년 가까이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서 트럼프 정부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2025년 11월 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에 따라 수출품의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약 46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텍사스 가스발전소 사업을 비롯한 투자 후보가 거론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구체적 투자 대상과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정에 정통한 미국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한국이 투자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전쟁에 한국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투자 지연에 따른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 아시아그룹의 제니퍼 리 파트너는 특히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에 따라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한국이 비교를 당하는 입장에 놓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일본은 현재까지 미국 오하이오 가스발전소 프로젝트, 테네시 및 앨라배마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등을 발표했다. 전체 투자 금액도 5500억 달러(약 735조 원)로 한국보다 많다.

한국이 일본과 달리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 원)의 투자 상한선을 설정한 점, 관련 프로젝트의 상업성을 엄격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로 지목됐다.

제니퍼 리 파트너는 한국과 미국이 무역 합의 내용을 해석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가 사업을 선정하는 데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를 요구하는 점도 한국 정부에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리스크에 외신 주목, 트럼프 '핵추진 잠수함 승인 철회' 가능성도 거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대하는 자신의 전략이 성과로 돌아왔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 사례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에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점을 예시로 들었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 관련된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한국이 지원 가능성이 나오는 점도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강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연구원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참여하더라도 투자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트럼프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며 “한국이 파병을 발표해도 투자 관련 압박이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서둘러 발표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한국이 시간을 더 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경한 대응책을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파르도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승인을 철회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정부는 2025년 10월 한미 정상회담 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이는 한미 원자력 협정 및 미국의 핵연료 공급망과 관련돼 미국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다.

파르도 교수는 “한미 동맹의 근본적 기반은 아직 강력하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는 두 국가의 관계가 계속 불안정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이 한층 더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다수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전원이 새로 선출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유치를 비롯한 정치적 성과를 앞세워 여당인 공화당을 지원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