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반도체 업황 호조가 2030년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낙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의 가격 인상 '속도 조절'이 호황 장기화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가능성도 떠오른다.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반도체 제조사들이 물량 부족에도 가격 인상을 자제하려는 기조가 확산되면 수혜폭은 다소 줄어드는 대신 업황 호조가 장기화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메모리반도체 관련주에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호황기가 앞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가격이 3분기에만 20% 이상 상승하고 2027년까지 공급 부족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증권사 UBS의 전망이 근거로 제시됐다.
투자기관 RBC캐피털마켓은 2027년 HBM 가격도 연간 80~100%에 이르는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예측을 전했다.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HBM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량으로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다.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공급사의 실적 증가와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투자전문지 모틀리풀도 메모리반도체의 슈퍼사이클 호황기가 적어도 2030년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을 제시했다.
HBM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제조사들이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증설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이 호황기에 시설 투자를 대폭 늘려 공급 과잉과 업황 악화를 이끌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30년까지 HBM 시장이 현재의 7배 수준으로 성장해 연간 2460억 달러(약 329조 원)의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30년에도 D램 수요가 공급량을 약 22% 웃돌 것이라는 조사기관 시트리니리서치의 분석도 제시됐다.
모틀리풀은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되면 D램 평균 가격도 2030년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실적 증가와 주가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공격적 생산 증설이 업황 악화를 이끌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라고 바라보고 있다.
▲ 삼성전자 HBM4E 고대역폭 메모리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투자전문지 24/7월스트리트는 메모리반도체의 지나친 가격 상승이나 생산능력 확대, 소비 위축을 비롯한 변수가 반도체 업황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전했다.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반도체 주요 고객사들이 원가 부담이나 실적 부진으로 투자를 축소하면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7월부터 본격화된 메모리반도체 관련주의 조정은 이미 최악의 국면을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8월부터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추세가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고객사들의 부담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려는 기조가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확산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오시아의 오타 히로오 CEO는 8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타 CEO는 최근 영업팀에 데이터센터용 제품 가격을 크게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여력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4/7월스트리트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수요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사례”라며 이는 앞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전반에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도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기조에 동참하면 단기적으로 매출 및 수익성 중심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해질 수 있다.
하지만 고객사들의 부담을 줄이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가격 정책이 자리잡는다면 중장기 관점에서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더 오래 지속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빅테크 및 클라우드 업체들이 반도체 구매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시장에서 이탈하거나 데이터센터 투자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최근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을 확대하는 추세도 이와 유사하다.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는 대신 일정 물량 공급을 수년간 보장하는 형태의 계약 체결이 늘어난다면 단기간에 수요가 위축돼 호황기가 끝을 맺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러한 조건들이 업황에 유리하게 작용하면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최소한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증권사들의 낙관적 전망도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배런스는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증권사들 및 투자자들의 시각이 점차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점차 되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