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데이터센터 정치적 논란은 "투자 지연 리스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

▲ 9월2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시민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련 공약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의 규제 강화나 부지 이전으로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도 변수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내 최소 5개 주에서 공화당 지방선거 후보들이 데이터센터에 비판 수위를 높이거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각지에서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지역 주민들이 전력 및 수자원 부족, 환경오염과 소음공해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주지사 및 상원의원, 하원의원 후보들은 이러한 여론을 적극 수용해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의견 및 공약을 앞세우거나 규제를 시행하며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는 특히 1년 전까지만 해도 텍사스주를 인공지능 산업 중심지로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던 그레그 애봇 주지사가 재선을 노려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규제와 세제혜택 폐지 등 정책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켄 팩스턴 텍사스주 후보도 과거 데이터센터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수단으로 강조해 왔지만 이제는 부정적 영향을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들을 포함한 공화당 인사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입장과 점차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은 가난하고 뒤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역사회 및 정치권의 반발에도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 정책의 동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CNN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마저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논란을 두고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입장 차이를 보였다.

8월31일(현지시각)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센터가 전기세를 비롯한 생활비 인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이를 해결해야만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일이 멍청하다고 단정지은 반면 밴스 부통령은 주민들의 의견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정치적 논란은 "투자 지연 리스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

▲ 미국 텍사스주의 오픈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미국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향한 반대 여론이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증권사 모간스탠리 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아리아나 살바토레 모간스탠리 미국 공공정책 연구 책임자는 미국에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지역과 민주당 성향의 지역 모두에서 데이터센터에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치적 논란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하지만 살바토레 책임자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에 여러 제약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사례는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지역사회의 정치적 반발이 덜한 지역이나 전력 및 수자원 공급 여건이 더 나은 곳에서 건설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살바토레 책임자는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예산이 계획대로 유지되더라도 시기가 늦춰지면서 반도체와 전력장치 등 인프라 수요도 지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잠재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필수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는 현재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은 부족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업이 고객사들의 주문에 맞춰 공격적으로 생산 증설을 시작했지만 공장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 사태는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으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다수 지연돼 메모리반도체 공급도 미뤄진다면 증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면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자연히 낮아진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에 기대하고 있던 수혜폭도 예상보다 줄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더스트리트는 결국 “모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가동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던 기업들은 투자 지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