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동채 에코프로비엠 창업주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사업 투자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됐음에도 인니 니켈 사업 관련 7650억 원의 투자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동사태 이후 황산 가격이 상승하며 중국 니켈 제련 기업들은 생산량을 감축하는 추세인 데다 배터리 업계의 무게중심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이동하며 니켈 사업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축소에도 인니 니켈 투자 '뚝심', 이동채 전고체 양극재로 반전 노린다

이동채 에코프로비엠 창업주의 공격적인 니켈 제련 사업 투자가 곧 다가올 전고체 배터리 시대에 대비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이 창업주가 10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BNSI 투자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에코프로>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니켈의 존재감은 다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고체 배터리에는 하이니켈(니켈 함량 80% 이상) 양극재가 사용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동채 창업주의 투자 결정은 전고체 배터리 시대 이후를 내다본 결정으로 해석된다.

4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에코프로비엠의 니켈 공급망 수직계열화 전략이 향후 찾아올 전고체 배터리 전환기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일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이 8만9500원으로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회사가 예상했던 모집가액인 12만12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이 낮아지며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도 줄었다. 당초 회사가 추진했던 유상증자 규모는 1조2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1차 발행가액을 기준으로 8861억 원까지 축소됐다.

이에 시설운영과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던 2850억 원의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헝가리 공장 관련 투자비용은 기존 1500억 원에서 1211억 원으로 줄였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의 핵심 목적이 니켈 공급망 수직계열화 구축이었던 만큼 인도네시아 니켈 사업 관련 투자 규모는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채 창업주는 지난 8월10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 세미나'에서 “삼원계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니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및 원가 혁신이 중요해졌다”며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 투자는 한국의 전기차 밸류체인 구축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국 니켈 제련 기업들은 니켈 생산량을 줄이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LFP 배터리에 니켈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주력 제품은 LFP 배터리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전기차 시장에서도 LFP 배터리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여기에 중동사태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황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니켈 생산량 감축에 영향을 미쳤다.

니켈 광석을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중간재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황산이 필수적이다. 다만 중동산 황산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니켈 제련 사업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은 톤당 1만65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톤당 2만 달러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해 3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니켈 제련 사업의 수익성에 의무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세계 배터리 시장의 중심축이 전고체 배터리로 넘어간다면 에코프로비엠의 인니 니켈 사업 투자는 결실을 볼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 축소에도 인니 니켈 투자 '뚝심', 이동채 전고체 양극재로 반전 노린다

▲ 에코프로비엠이 건설 중인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BNSI 제련소 현장 전경. <에코프로>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가 지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바꾼 제품을 말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화재 위험이 낮아 차세대 핵심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고체 배터리에는 니켈 함량이 매우 높은 양극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뿐만 아니라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방산 등에 활용될 것을 고려하면 니켈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하는 BNSI 니켈 제련소와 지난해 인수한 니켈 제련소 4곳을 합해 총 6만3천 톤 규모의 니켈을 직접 조달할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고체 배터리 조기 상용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부 주도 산·학·연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 양산을 목표로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도 개발 완료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2027년부터 생산할 고체 전해질과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SDI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내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에 투자하는 니켈 제련소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중동사태가 마무리되면 황산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를 생산하려면 많은 양의 니켈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진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