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원 30여 명이 모여 지방이전 저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의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에서 김영헌 예금보험공사 노조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예보기구·감독기구 지방이전 저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 소재지와 국내 출장지의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점은 예보의 현장이 어디인지를 증명한다”며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금융 감독기구와 예보기구가 수도권에 위치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 역시 이전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우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은 “조선소가 바다 근처에 있고 공항이 하늘길 열린 곳에 있어야 하듯 모든 금융안전망 역시 금융 인프라의 핵심에 위치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현장을 떠난다면 금융소비자 피해와 금융산업 후퇴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 박홍철 위원장도 연대해 힘을 보탰다.
박홍철 위원장은 “비행기 안전을 책임지는 관제탑이 공항 밖에 있을 수 없듯 금융 안정을 지키는 기관 역시 시장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며 “금융 부실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를 향한 획일적 지방이전 검토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 등 30여 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논의 전개에 따라 집회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방침이다.
▲ 김영헌 예금보험공사 노조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노조 관계자는 회견 직후 기자들을 별도로 만나 “정부가 이전 계획을 불투명하게 추진해 불안감이 높다”며 “상황에 따라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9월4일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 연대 여부에 대해서도 “요청이 올 경우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노조는 지방이전을 반대하는 핵심 이유로 감독 효율성 저하와 금융위기 대응 ‘골든타임’ 확보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금융회사 본점과 금융 인프라 9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된 상태에서 감독·정리 기구가 분리되면 위기 때 실시간 공조가 지연돼 피해가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이전 추진이 정부의 청년 및 저출생 대책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에서는 익명의 예금보험공사 실무 직원의 사연이 전해졌다.
서울에 직장을 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이 직원은 “연고도 없는 지방에서 홀로 임신과 출산·육아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출산 계획을 중단했다”며 “맞벌이 노동자 가정의 삶의 기반과 정주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추진되는 이전 계획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지방이전이 조직원 이탈로 조직 전문성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나왔다.
노조 측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이전 시 잔류하겠다는 직원은 전체 25%에 불과했으며 2030 세대 실무진의 잔류 의사는 10%에 그쳤다. 지역 균형·안배를 우선시한 행정 조치가 조직 핵심 인력의 이탈을 초래해 금융 감독과 예금자 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김상우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왼쪽)이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실 관계자에 금융감독원 지방 이전 관련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는 이날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를 향해 3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공식 발표하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노조는 우선 정부가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을 제외하고 금융시스템 수호와 위기 대응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금융안전망 핵심기관 이전이 국가경제에 미칠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국민 앞에 공개할 것과 청년 직원 등 미래 핵심인력 이탈이 국가 금융안정에 초래할 장기적 영향을 정책 판단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이전 대상 기관 확정안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권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