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L케미칼이 여수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그동안 안고 있던 여천NCC 관련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조조정에 따른 실제 효과를 보기까지는 계획보다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그런 만큼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의 승부수였던 크레이튼에 기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스페셜티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 여천NCC 구조조정에 부담 덜 듯, 김종현 '크레이튼' 중심 사업재편 힘쓴다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2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여수 산단 1호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계획 대비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2일 여천NCC와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제출한 사업재편 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

사업재편 계획은 여천NCC에 각 사의 범용 화학사업부 등을 현물출자해 새 통합법인을 세우는 것을 뼈대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폴리에틸렌(PE)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 사업을,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 납사분해시설(NCC)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현물출자한다.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 승인으로 구조조정이 첫 발은 뗐지만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각 사가 출자하는 자산 가치 맞추기와 이를 위한 자산평가 등처럼 실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 법인의 사업경쟁력 강화도 고려해야 해 구조조정의 방향성에 많은 부분을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이제 각 사별로 연중으로 통합계획을 확정하고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통합법인 출범 목표 시점은 연내보다는 2027년이 될 것”이라며 “각 사별 자산과 사업을 토대로 통합법인과 여수 산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의견을 모으게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화학업계 다른 관계자는 “구조조정 자체에 큰 차질은 없겠지만 지난해 업계가 논의에 돌입하며 제시된 시간표 대비 1분기 정도 늦어진 것 같다”며 “기업 4곳이 관련된 만큼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지만 2027년 1분기 안에는 마무리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여수 산단에 생산 거점을 둔 석화기업들이 한동안 구조조정 과도기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정부가 여수 석화 구조개편을 승인해 참여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2021년 4분기부터 18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낸 여천NCC의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됐다.
 
DL케미칼 여천NCC 구조조정에 부담 덜 듯, 김종현 '크레이튼' 중심 사업재편 힘쓴다

▲ DL케미칼은 지분율 50%로 한화솔루션과 여천NCC를 공동지배하고 있다.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여천NCC 기타비상무이사도 겸하고 있다. 사진은 여천NCC 3공장. < 여천NCC >


여천NCC는 납사분해시설(NCC)을 운영하는 석유화학 기초 소재 기업으로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각 지분율 50%로 공동지배해 왔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여천NCC는 PE사업을 현물출자받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을 흡수합병하는 등 자본확충에 따른 재무안정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설비효율화 및 제품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특히 여천NCC 주주사들의 재무부담도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여천NCC 지배구조가 5대5에서 롯데케미칼까지 참여하는 3자 지배구조로 바뀌면서 실적에 지분법 평가 영향이 줄어들게 돼서다.

DL케미칼은 DL그룹 차원에서도 여천NCC 지배구조 변경으로 부담을 덜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지주사 DL 실적에는 2022년부터 꾸준히 1천억 원대의 여천NCC 지분법 손실이 반영됐다. 올해 1분기에도 250억 원의 영업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다.

DL케미칼은 이번 구조조정을 화학사업 무게 중심을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옮기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대표이사 부회장 또한 지난해부터 여수 구조조정을 토대로 석유화학 제품 비즈니스를 강도 높게 구조개편한다는 의견을 내 왔다. 

이 과정에서 고려 요소로는 폴리에텔렌(PE) 사업을 여천NCC에 현물출자해 외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DL케미칼은 크게 범용 제품에 속하는 PE와 폴리부텐(PB)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영업이익 기여 측면에서는 스페셜티에 해당하는 PB가 월등히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범용 제품이 중국발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았던 셈이다.

다만 매출에서는 두 사업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꿔 말하면 외형 측면에서는 김 부회장이 여수 구조조정 1호 구조개편 이후 메워야 할 공백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이런 김 부회장의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는 DL그룹이 과거 약 3조 원을 투입한 미국 화학사 크레이튼이 올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크레이튼은 접착제 등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머 사업과 소나무 펄프 생산과정 부산물을 정제해 생산하는 케미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2021년 DL그룹 창사 82년 사이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약 2조 원)를 들여 크레이튼을 인수했다. 크레이튼 대출 대환에 쓴 약 1조 원까지 더하면 모두 3조 원 가량이 투입된 ‘빅딜’이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크레이튼은 지난 수년 동안 저수익 사업 축소와 인력·비용 효율화, 생산설비 운영 최적화를 이어왔다”며 “DL의 인수 뒤 부담 요인이 아니라 연간 3천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핵심자산으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