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봇 사업 본격화, 이재용 200조 실탄으로 로봇기업 추가 인수할지 촉각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DX 부문장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며, 로봇 사업에 투자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전사 차원에서 로봇 사업 육성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확보한 현금 자산을 사업 확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레인보우로보틱스 사례처럼 추가 국내외 로봇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성장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로봇 사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최근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겸 DX부문장 직속으로 '로보틱스경험(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면서, 로봇 기업 인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직 신설은 삼성전자와 삼성리서치, 미래로봇추진단 등에 분산돼 있던 로봇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로봇을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로봇 전략 수립부터 핵심 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추진 체계를 구축한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를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

삼성전자의 RX사업추진실 신설을 두고 "삼성 로봇 사업의 재출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봇핏과 볼리(가정용 로봇)의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출시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며 대중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이번 조직 개편은 삼성 로봇 사업의 재출발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RX사업추진실 설립의 핵심은 분산돼 있던 로봇 사업 역량을 일원화해 삼성의 로봇 사업 의지를 시장에 다시금 각인시키고, 관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로봇 기업 투자나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김 연구원은 "관전 포인트는 삼성의 후속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 대상 구체화,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자회사와 시너지, 그리퍼(로봇 손) 등 핵심 기술 확보 여부"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로봇 사업 본격화, 이재용 200조 실탄으로 로봇기업 추가 인수할지 촉각

▲ 삼성전자는 2026년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로봇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에 재무적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를 추진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재무적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2025년 말 126조9천억 원에서 2026년 1분기 말 147조3800억 원으로 늘어났다. 2분기에는 영업이익으로 89조4천억 원을 거둬들이면서 현재 현금성 자산은 약 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도 로봇 사업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삼성은 지난 3일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영남을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며 △휴머노이드 로봇 △전고체 배터리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최첨단 고부가가치선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전환(AX)과 로봇을 활용해 기존 산업을 최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로봇 관련 투자를 지속해왔다.

최근 투자한 기업으로는 로봇의 두뇌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스킬드AI', 데이터·시뮬레이션에 특화된 '월드랩스', 로봇 몸체를 제작하는 '피규어AI'·'앱트로닉' 등이 있다.

2023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 868억 원을 투자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4.7%를 확보했으며, 2024년 말 콜옵션을 행사해 2675억 원을 추가 지급하며 지분율을 35%까지 올려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 강화가 점차 절실해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이 성장성 약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DX 부문은 2026년 2분기 1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10년 넘게 꾸준히 성장하던 모바일 사업도 올해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태문 대표가 직접 RX사업추진실을 이끄는 것은 로봇을 DX 부문의 핵심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노 사장은 RX사업추진실 신설과 관련해 "로봇은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DX부문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조치로 로봇 분야를 눈여겨 보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로봇 분야에서 선행 개발과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이제는 사업화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대표 직속으로 전담 조직을 꾸리게 됐다"고 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