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가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개발 전략의 폭을 넓힌다.

박 대표 체제에서 리가켐바이오가 기술수출 성과에만 기대지 않고 후기 임상 단계의 개발 주도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체제서 대규모 자금 유치, ADC 후기임상 주도권 높인다

▲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5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 받는다. 사진은 박세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리가켐바이오는 26일 정부 주도 정책형 펀드인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천억 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리가켐바이오 직접투자 안건을 승인했다. 이번 투자는 국민성장펀드가 상장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첫 사례이자 바이오기업 직접투자 첫 사례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되는 정부 주도 펀드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투자 유치가 회사의 ADC 플랫폼 기술과 글로벌 신약개발 역량을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인정받은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박 대표는 4월29일 이사회에서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리가켐바이오는 앞서 창립 20주년을 맞아 김용주 대표를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박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세우는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박 대표는 리가켐바이오 공동창업자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전략, 재무, 조직 운영을 총괄해왔다. 김 회장이 ADC 원천기술과 연구개발 기반을 쌓아왔다면 박 대표는 오리온그룹 편입 이후 자금조달과 사업전략 실행을 통해 글로벌 개발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번 국민성장펀드 투자 유치는 박 대표 체제에서 나온 첫 대규모 자금조달 성과로 볼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2024년 오리온그룹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뒤 글로벌 ADC 기업 도약 목표를 내세워왔다. 오리온그룹은 2024년 3월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5485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리가켐바이오를 식품사업과 함께 바이오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오리온그룹은 리가켐바이오가 2030년 글로벌 톱 ADC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5천억 원 조달은 이 목표를 단순한 연구개발 확대가 아니라 후기 임상개발 역량 강화로 연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

신약개발 기업은 후보물질이 임상 후반부로 갈수록 투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글로벌 임상 2·3상은 초기 연구개발 단계보다 훨씬 큰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리가켐바이오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추가 자금을 유치한 배경이다.

리가켐바이오도 현재 보유 현금은 기존 사업과 진행 중인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운영을 위한 자금이고, 이번 5천억 원은 후기 임상개발과 글로벌 신약 출시를 겨냥한 장기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는 20개에 가까운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매년 3~5개 수준의 신규 임상단계 진입을 예상하고 있다. 모든 후보물질을 자체 개발하기는 어렵지만 가치가 큰 핵심 파이프라인은 기술수출 시점을 늦추거나 후기 임상까지 직접 진행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리가켐바이오 홈페이지에 따르면 ADC 파이프라인 12개와 저분자 파이프라인 5개가 공개돼 있다. 이 가운데 LCB14, LCB84, LCB71 등은 임상 단계에 진입한 주요 ADC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조달 자금은 인수합병(M&A)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임상개발에 투입된다. 리가켐바이오는 ADC와 면역항암제 등 신약 연구개발비로 2026년 900억 원, 2027년 1800억 원, 2028년 이후 2300억 원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리가켐바이오 박세진 체제서 대규모 자금 유치, ADC 후기임상 주도권 높인다

▲ 리가켐바이오가 신약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 사진은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리가켐바이오 모습. <리가켐바이오>


이번 자금 유치가 기존 기술수출 전략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금까지 ADC 분야에서 기술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앞으로도 기술수출을 통해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하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일부 파이프라인은 더 뒤 단계까지 직접 개발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 구조는 전환사채(CB) 1700억 원과 전환우선주(CPS) 3300억 원으로 구성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500억 원을 지원하고 대주주 및 국내 기관투자자가 2500억 원을 투자한다. 만기는 10년이다.

발행 시점에서 상장 보통주 수가 곧바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는 발행 시점에는 보통주가 아니어서 상장 보통주 발행총수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리가켐바이오는 주주가치 보호 장치도 마련했다. 발행가는 자본시장법령상 산정식에 따라 결정됐으며 별도 할인율은 적용되지 않았다. 전환우선주는 1년 동안 보호예수되고 전환사채는 1년 동안 권면분할이 금지된다. 전환권 행사는 발행 뒤 24개월이 지난 뒤부터 가능하다.

정책자금은 의결권이 제한돼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 등 기존 의사결정 체계에도 변화가 없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자금조달은 단순한 재무 보강이 아니라 후기 임상개발부터 글로벌 신약 출시까지 안정적으로 완주하기 위한 장기 전략 투자”라며 “기존 기술이전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우선순위가 높은 핵심 파이프라인은 후기 임상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