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라 연간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전기료를 비롯한 영업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스알과 통합 이후 요금 인상을 기반으로 한 고속철도 중심의 수익성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이란 전쟁 여파에 비용 부담 우려, 김태승 '요금 인상' 통한 통합 효과 극대화 바라봐

▲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전기료를 비롯한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스알과 통합 이후 요금 인상을 기반으로 한 고속철도 중심의 수익성 회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전쟁 종식을 목표로 이란에서 제시한 수정 협상안을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듯 종전 협상의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이런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더구나 종전이 이뤄지더라도 원유 수요가 공급 회복을 앞질러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 에너지 파이프라인 80곳 이상이 손상됐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을 포함한 원유 생산 차질 규모는 하루 약 3천만 배럴로 추산된다. 

토릴 보소니 IEA 석유산업시장 본부장은 “종전 합의에 호르무즈 해협 통한 원유 수송이 재개되도 공급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연료비 인상이 계속될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에게 전력을 구매하는 원가, 이른바 계통한계가격(SMP)이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인 킬로와트시(kWh)당 182원을 웃도는 역전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요금 인상 없이 역전 현상을 감내한 한전이 200조 원대 부채를 떠안게 된 사례를 고려하면 이란 전쟁 여파의 장기화는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전쟁 전인 지난 2월 통합 SMP는 108.5원이었으나 4월에는 118.9원까지 올랐다. 5월 들어서는 120원을 넘어섰다. 통상 연료비 인상이 4~5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만큼 앞으로 SMP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여지도 많은 셈이다.

코레일 역시 전체 열차의 97%를 전기로 운영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수익성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레일은 지난해 매출 7조3170억 원 가운데 전기료로만 6300억 원을 지출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이 7차례 인상을 거치면서 전기료 관련 지출 금액도 2022년 4200억 원에서 50%가량 늘었다.

이렇듯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코레일의 부채규모는 2022년 20조405억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조1533억 원까지 확대됐다.

설사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코레일의 일부 대형 사업장이 전력 직접구매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SMP 상승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

전력 직접구매제도는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의 대규모 전기 사용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SMP를 적용받아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코레일은 2025년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전기료를 내는 대규모 전기공급시설을 직접구매로 전환하고 소규모 공급시설은 한전으로부터 구매를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올해 평택·김천·금정 등 3개 시설에 직접구매제를 적용했는데 연내 13개 시설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태승 사장은 오는 9월 수서고속철(SRT) 운영사 에스알과의 통합을 앞두고 철도 차량 유지·정비 등에서 발생하는 중복 비용을 해소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통합 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국토교통부는 고속철도 통합 시 연간 중복 비용을 최대 406억 원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코레일이 35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간 데다 에스알도 1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만큼 중복 비용 해소만으로는 실적을 회복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코레일 이란 전쟁 여파에 비용 부담 우려, 김태승 '요금 인상' 통한 통합 효과 극대화 바라봐

▲ 지난해 코레일이 35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간 데다 에스알도 1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한 만큼 중복 비용 해소만으로는 통합 뒤 적자 극복이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사진은 지난 14일 광주 광산구 호남철도정비단 인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승 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 사장은 이란 전쟁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다 고속철도 통합을 계기로 철도 요금 인상을 함께 추진할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읽힌다. 

그런 만큼 김 사장은 지난 15년간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던 고속철도 요금을 수익성 회복의 핵심 열쇠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광주 광산구 호남철도정비단 인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사장은 “이대로 가면 열차는 달리지만 돈을 벌지 못해 위기가 닥치게 된다”며 “언젠가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요금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사장은 요금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국민 동의 및 정치권·경제부처와의 합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자구노력을 이어가며 요금 인상에 설득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이 내놓은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살펴보면 이 기간 동안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한 비핵심 자산매각을 통해 11조234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대은 한국신용평가정보 연구원은 “코레일은 2011년 이후 간선철도 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공익적 사업 성격 및 정부 통제 하에 운임 인상은 제한적이며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높은 고정비용 부담과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2017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2026년 이후 용산 역세권 토지 매각 추진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중장기 재무구조는 점진적 개선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