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장이 포화에 이른 가운데 편의점 CU와 GS25가 해외를 향해 각기 다른 해법을 꺼내 들어 눈길을 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CU는 파우치 음료와 얼음컵, 한식 제품을 앞세운 'K컬처' 전략으로 한국식 편의점 문화를 수출하며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GS25는 각국의 식문화와 소비 습관을 반영한 자체브랜드(PB) 상품과 공간 전략으로 현지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의 확장을 택했다.
2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각기 다른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수 1위인 CU가 해외 진출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K컬처'다.
해외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파우치 음료'와 '얼음컵' 등의 K편의점 문화를 앞세워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덧붙여 한식 제품도 이에 힘을 싣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파우치 음료와 얼음 컵은 지난해 해외에서 11월과 12월 매출 품목 1위에 올랐다. 소불고기 김밥 등 한식 제품도 매출 상위 10위 안에 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점포에서는 K팝 아티스트인 지드래곤과 협업해 만든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국민의 65%가 무슬림인 탓에 대부분의 국민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출시 이틀만에 초도물량 5천 개가 완판됐다.
최근 BGF리테일은 미국 하와이 1호점인 CU 다운타운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점포는 'K라이프스타일'을 전략 가운데 하나로 삼았다.
이를 위해 K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CU 다운타운점 매장에 마련된 'K뷰티 특화 존‘은 해외 고객에게 인지도가 높은 K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마스크팩, 선블록, 틴트 등 총 40여 종의 기초 및 색조 화장품을 판매한다.
BGF리테일은 CU가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K컬처를 경험하는 이른바 'K컬처 플랫폼'이 됐다고 설명한다. 유튜브 숏츠 등에서 보던 익숙한 K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K컬처' 붐과 회사의 전략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새로 진출한 하와이에서도 점포 확장과 함께 차별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GS25는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GS25는 고기 요리가 발달한 몽골 소비자의 선호에 맞게 육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여러묵'(몽골 전통 소시지 빵), '나담호쇼르'(몽골 튀김 만두) 등 현지 길거리 간식을 PB화한 상품이 다수 매출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몽골은 길거리 음식 문화가 발달돼 있는데 실내에서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를 반영해 한국식 떡볶이를 즉석조리 메뉴로 개발해 차별화해 인기를 끌었다. 덧붙여 현지 입맛을 맞추기 위해 한국 본사 연구원을 파견해 레시피를 현지화했다.
반바오(현지식 만두)와 반지오(스팀 라이스) 등 현지 먹거리를 선보이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GS25 베트남 지점에서는 반바오, 반지오, 떡볶이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GS25는 베트남에서 혁신적인 시도도 진행했다. 베트남 최고의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다. 베트남 GS25는 이 사실에 착안해 업계 최초로 '오토바이 드라이브 스루' 점포를 오픈했다.
오토바이를 탄 고객들은 내릴 필요 없이 길 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간단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화된 드라이브 스루지만 베트남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로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해외 지점은 대표적인 현지 길거리 음식을 편의점 내부에서 편안히 먹을 수 있게 구현해 놨다"며 "식당 및 카페 역할을 하는 등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몽골에 위치한 편의점 CU 매장. < BGF리테일 >
국내 편의점 업계는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CU는 지난 2018년 몽골 1호점을 내고 최근 점포 수를 532개까지 확대했다.
2021년에 진출한 말레이시아에서는 점포 167곳을 개점했다. 2024년 진출한 카자흐스탄에 개점한 점포는 50곳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하와이에도 개점했다.
GS25도 2021년 몽골에 진출해 현재는 28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진출한 베트남 점포는 407점까지 불어난 상태다.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에 104개, 캄보디아 11개, 인도 1개 점포가 진출한 상태며 올해 라오스 진출을 위해 현지 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해 160개점까지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 이마트24가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2호점도 개점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 편의점이 인도에 현지 매장을 내는 것은 이마트24가 처음이다.
이에 더해 올해 라오스 진출을 위해 현지 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편의점 업계의 활발한 해외 진출은 국내 출점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편의점 점포수는 4만7826개를 기록했다. 1년 전 4만8921개보다 1천 개 이상 줄어든 수치다.
편의점 점포수가 국민 1천 명당 1개 수준에 이르면서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침체에 뚜렷한 실적 개선 돌파구를 찾기 힘든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으로 실적이 반짝 반등했지만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지속하며 부담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민생 쿠폰으로 잠깐 실적이 개선되나 싶었지만 고환율·고물가와 경기침체로 부담이 크다"며 "내수 시장에서는 뚜렷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편의점 업계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해외 시장을 제2의 기회로 보고 있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은 2026년 신년사에서 "올해 글로벌 확장과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자"는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전했다.
홍 회장은 "지금은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상품과 문화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전례 없는 기회"라며 "해외 시장에서 CU의 선전은 대한민국 편의점 산업의 새로운 희망이자 핵심 성장 동력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