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이른바 '페친(페이스북 친구)'이다.
류 차관이 지난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다녀왔다고, 페이스북에 체험기를 올렸다. "제가 그동안 페북 소통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CES를 계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워낙 뉴스가 많이 실려서 경험 위주로 공유합니다."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보통신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위로 장관이 있지만, 부총리를 겸하는데다 국가 장래가 달린 과학정책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정보통신 정책 쪽에선 류 차관이 나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류 차관은 이재명 정부 들어 차관으로 임명됐는데, 네트워크정책실장 재직 때부터 SK텔레콤, KT, 쿠팡 등 이동통신·플랫폼 기업에서 잇따라 터진 통신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SK텔레콤과 KT 통신망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수습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쿠팡 이용자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꽤 시끄러운 상태다.
혹자들은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가하게 CES 관람이나 하러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로 힐난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국민 세금으로'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속된 말로 '기사 제목'이 만들어진다.
류 차관의 페북 글을 주목한 배경이다.
글은 CES에 참여한 우리나라 기업들을 칭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CES 혁신상 수상 347개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이 206개로 60%나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이어 CES 2026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적었다.
"모 매체가 이번 CES(에서 나타난 흐름)를 전하며 'AI-fication'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말 그대로 AI의 전면화가 모든 것을 관통하는 키워드였습니다. 자율주행,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홈 등 모든 영역과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AI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미 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CES 주제도 'Innovators show up'이라고, 혁신이 이미 산업과 생활에 현실로 나타났다는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AI 생태계 자체의 고도화도 특징적이었습니다.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피지컬 AI'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관련 반도체 경쟁, 그리고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를 둘러싼 기술 개발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용 AI 모델(Alpamayo)을 개발하고, 벤츠와 협력해서 올 1분기에 세계 최초로 추론형 AV를 미국 시장에 내 놓기로 하는 등 피지컬 AI 풀스택을 완성했다고 하고, 모바일 시대를 주도한 퀄컴이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율주행차도 직접 시승해봤단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승해본 것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아마존 자율주행차(ZOOX)를 너댓 시간 기다려서 시승했는데, 운전대와 운전석도 없는 레벨4 완전자율주행차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엔비디아 본사 방문 뒤 일정(KIC 행사 참석) 길을 구글 웨이모를 타고 갔는데, 운전석이 비어있는데도 실제 도로 환경에서 사람보다 운전을 잘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민들이 우버와 웨이모 자율주행차(택시) 값(요금)을 비교하며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우리나라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량)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나라가 이렇게 하다가 자율주행차 시대에 낙오하거나 도태될 수 있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엔비디아 부스 방문에서는 당초 계획과 달리 젠슨 황 창업자의 딸 메디슨 황이 직접 안내를 해주면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젠슨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젠슨 황의 기조강연은 (제가) 도착하기 전에 진행돼 라이브로는 보지 못하고 영상과 스크립트로 전체를 들었는데, 엔비디아 방문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얻었나.
"엔비디아에서는 GB300 한국 조기 공급, 그리고 베라 루빈은 2027년 양산 계획인데 한국에 우선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하정우 수석이 준 의견대로, 제가 베라 루빈은 한국에 제일 먼저 공급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최신 GPU를 가장 먼저 써볼 수 있다는 것도 AI 모델 경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엔비디아 연구소를 설립하는 문제도 젠슨 황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 AI석학 최예진 교수께서 엔비디아 연구팀에 합류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가시적 일정이 구체화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피지컬 AI가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해 나가는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관련 연구소를 세우기로 한 것은 엔비디아가 우리나라를 피지컬 AI시대에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정우 청와대 미래기획AI 수석을 거론했다. 이번 CES 출장에 앞서 청와대 쪽의 조언과 의견까지 구했다는 뜻이다.
CES2026 관람 외 일정도 공유했다.
"금요일(CES 출장 마지막 날)에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픈AI를 방문하고, 재미 한인 창업가 모임(UKF.United Korean Founders)에서 우리나라의 'AI 3강' 도약 전략 기조강연을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방문 결과는 다음 기회에 또 공유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당당하게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함께 세계 각 기업들과 국가들의 파괴적 혁신 모습에 각성도 함께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문득 류 차관이 과기정통부 2차관 눈높이로 CES 2026을 둘러보고 체험한 게 앞으로 우리나라 AI, 피지컬AI,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상업화, 관련 생태계 활성화와 산업 육성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까 궁금해졌다.
또 류 차관이 국내 현안을 이유로 이번 CES를 둘러보지 않았다면, 참 많은 것을 얻을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해본다.
우선 세계 최대 AI 전용 칩 공급 업체 엔비디아와 스킨십을 강화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류 차관은 엔비디아 전시관 방문 시 창업자 딸의 안내를 받았고, 이런 스킨십 덕에 앞으로 엔비디아가 내놓을 제품과 서비스를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구두 약속이지만 국내 AI 생태계 쪽에서 보면 큰 성과다.
또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관련 정책 시각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는 자각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과기정통부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손재권 더 밀크 대표는 류 차관 글을 페친들에 공유하며 "류 차관이 엔비디아 쪽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앞으로 나올 새 제품을 한국에 가장 먼저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 같다"며 "이게 미국의 다른 빅테크들의 한국 투자를 촉진하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차관은 CES 2026 출장은 속된 말로 세금 수천만원, 아니 그 이상을 쓰고도 반드시 가야 했던 셈이다.
문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산업 진흥 부처 장·차관의 잦은 국외 출장을 삐딱하게 보다가 풀기자로 동행해본 뒤 정부 관료들의 국외 출장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음도 미리 밝혀둔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과기정통부(당시는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외 출장을 갈 때면 부처 출입기자 2~3명이 풀기자란 이름으로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관 출장 시 동행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풀기자로 선정돼 베트남과 우크라이나 장·차관 출장에 동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금 낭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혹시 장·차관 출장 일정에 관광 일정이 들어있지 않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과기정통부 장관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을 때다. 당시 장관 국외 출장 때는 상대 나라에서 같은 기능을 하는 부처 수장이 영빈관 등에서 환영 만찬을 연다.
그런데 당시 장관이 술을 못했다. 환영 만찬에는 출장 동행자는 물론 현지 정보통신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현지 지사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국 장관이 술을 못한다는 점을 배려한 것인지, 술은 와인이 나왔다. 말 그대로 '우아하게' 만찬이 진행됐다.
그렇게 만찬 행사가 끝났는데, 국내 기업 현지 지사장들이 투덜댔다. "저럴 거면 왜 왔냐?", "술도 못하면서 세금 낭비하며 돼 돌아다니냐?"라며, 대놓고 기자들 앞에서 장관 '욕'을 해댔다.
그들을 통해 이른바 '과기정통부나 산업부 장·차관이 국외 출장을 와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 나서는 단계에 있는 나라에 출장왔을 때란 전제를 달았다.
환영 만찬 때 폭탄주를 말아 돌리며 건배를 마구 외쳐야 한다고 했다.
"개발도상국일수록 정부 관리들이 권한을 쥔다. 현지 진출한 기업 쪽에서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 관리와 인맥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쉽지 않다. 잘 만나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먼저 담당 주사를 만나고, 그를 통해 사무관을 소개받고, 이어 과장과 식사 약속을 잡고 하는 식으로 진행하는데, 중간에 인사 발령이 나서 계장이나 과장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장관이 와서 환영 만찬이 열리면 그 자리에 주무 부처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과 주요 부서 과장들까지 배석하기도 한다. 고위 관리를 만나 관계를 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현지 지사장들끼리 '작전'을 짜서 들어갔는데, 장관이 와인 잔을 홀짝거리면 말 그대로 밥만 먹고 끝난다는 것이다.
이후 기업 CEO 출신의 술 잘하는 장관 출장을 또 동행한 적이 있다.
음식도 나오기 전에 폭탄주부터 돌았다. 두 장관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연신 건배를 외쳤다. 장관이 폭탄주를 한잔 돌릴 때마다 현지 부처 실·국장과 현지 지사장들이 섞여 앉은 자리에선 서너잔이 돌았다. 만찬 행사가 끝나자 현지 부처 관리들과 국내 기업 현지 지사장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라졌다.
다음 날 만난 국내 대기업 현지 지사장은 "어제 만찬 행사에 참석한 실·국장과 전화번호도 주고받고 운동(골프) 일정도 잡았다. 장관은 저래야 한다. 그래야 세금 쓴 값을 하는 거다"며 만족해했다.
2000년대 초 과기정통부 차관 우크라이나 출장 때는 상대 부처 차관이 더 적극적이었다. 한국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할 처지여서다. 우리나라 한강유람선 같은 배 위에서 환영 만찬 행사를 했는데, 11월 중순쯤인데다 사방이 트였고 난방도 안되는 배라 해가 넘어가니 쌀쌀했다.
현지 차관이 우리나라 맥주잔 크기 컵에 보드카를 가득 따라 먼저 시원하게 원샷한 뒤 권했다. 추위가 가셔진다고 했다. 그렇게 보드카 잔이 몇 순배 돌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 배에 화장실이 하나였다. 만찬 중간 즈음 다들 허리춤을 잡고 화장실 앞에 늘어섰다.
그런데 현지 차관이 깔끔하게 해결했다. 뱃머리로 올라서더니 시원하게 '배상방뇨'를 했다. 술 기운을 빌어 다들 뒤따랐다. 이후 보드카 잔은 더 빨리 돌았다.
한시간 반쯤의 만찬 행사가 끝난 뒤 배가 출발 지점에 닿자, 국내 기업 현지 지사장들이 현지 정부 관리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삼삼오오 사라졌다.
과기정통부 장·차관은 술을 잘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국외 출장 가서 시 술 마시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장·차관 국외 출장은 그 직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꼭 해야 하는 일이자 나름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짚고 싶었다. 현지에서 출장 목적과 일정에 맞춰 잘 처신하면 옛 장·차관의 베트남·우크라이나 출장 사례 때처럼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 길을 터줄 수도 있고, 류 차관처럼 정책 시각을 넓히고 글로벌 기업들과 스킨십을 넓힐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보고 싶었다.
물론 앞서 밝혀둔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
류 차관이 지난 6~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다녀왔다고, 페이스북에 체험기를 올렸다. "제가 그동안 페북 소통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CES를 계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워낙 뉴스가 많이 실려서 경험 위주로 공유합니다."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보통신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위로 장관이 있지만, 부총리를 겸하는데다 국가 장래가 달린 과학정책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정보통신 정책 쪽에선 류 차관이 나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가운데)이 1월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 차관은 이재명 정부 들어 차관으로 임명됐는데, 네트워크정책실장 재직 때부터 SK텔레콤, KT, 쿠팡 등 이동통신·플랫폼 기업에서 잇따라 터진 통신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SK텔레콤과 KT 통신망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수습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쿠팡 이용자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꽤 시끄러운 상태다.
혹자들은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가하게 CES 관람이나 하러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로 힐난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국민 세금으로'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속된 말로 '기사 제목'이 만들어진다.
류 차관의 페북 글을 주목한 배경이다.
글은 CES에 참여한 우리나라 기업들을 칭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CES 혁신상 수상 347개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이 206개로 60%나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이어 CES 2026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적었다.
"모 매체가 이번 CES(에서 나타난 흐름)를 전하며 'AI-fication'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말 그대로 AI의 전면화가 모든 것을 관통하는 키워드였습니다. 자율주행,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홈 등 모든 영역과 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AI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미 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CES 주제도 'Innovators show up'이라고, 혁신이 이미 산업과 생활에 현실로 나타났다는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AI 생태계 자체의 고도화도 특징적이었습니다.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피지컬 AI'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관련 반도체 경쟁, 그리고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를 둘러싼 기술 개발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용 AI 모델(Alpamayo)을 개발하고, 벤츠와 협력해서 올 1분기에 세계 최초로 추론형 AV를 미국 시장에 내 놓기로 하는 등 피지컬 AI 풀스택을 완성했다고 하고, 모바일 시대를 주도한 퀄컴이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율주행차도 직접 시승해봤단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시승해본 것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아마존 자율주행차(ZOOX)를 너댓 시간 기다려서 시승했는데, 운전대와 운전석도 없는 레벨4 완전자율주행차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엔비디아 본사 방문 뒤 일정(KIC 행사 참석) 길을 구글 웨이모를 타고 갔는데, 운전석이 비어있는데도 실제 도로 환경에서 사람보다 운전을 잘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민들이 우버와 웨이모 자율주행차(택시) 값(요금)을 비교하며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우리나라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자율주행차량)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움과 함께 우리나라가 이렇게 하다가 자율주행차 시대에 낙오하거나 도태될 수 있겠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피소드도 곁들였다.
"엔비디아 부스 방문에서는 당초 계획과 달리 젠슨 황 창업자의 딸 메디슨 황이 직접 안내를 해주면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젠슨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젠슨 황의 기조강연은 (제가) 도착하기 전에 진행돼 라이브로는 보지 못하고 영상과 스크립트로 전체를 들었는데, 엔비디아 방문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얻었나.
"엔비디아에서는 GB300 한국 조기 공급, 그리고 베라 루빈은 2027년 양산 계획인데 한국에 우선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하정우 수석이 준 의견대로, 제가 베라 루빈은 한국에 제일 먼저 공급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습니다. 최신 GPU를 가장 먼저 써볼 수 있다는 것도 AI 모델 경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엔비디아 연구소를 설립하는 문제도 젠슨 황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스탠포드대 교수이자 세계적 AI석학 최예진 교수께서 엔비디아 연구팀에 합류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가시적 일정이 구체화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피지컬 AI가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주도해 나가는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관련 연구소를 세우기로 한 것은 엔비디아가 우리나라를 피지컬 AI시대에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정우 청와대 미래기획AI 수석을 거론했다. 이번 CES 출장에 앞서 청와대 쪽의 조언과 의견까지 구했다는 뜻이다.
CES2026 관람 외 일정도 공유했다.
"금요일(CES 출장 마지막 날)에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픈AI를 방문하고, 재미 한인 창업가 모임(UKF.United Korean Founders)에서 우리나라의 'AI 3강' 도약 전략 기조강연을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방문 결과는 다음 기회에 또 공유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당당하게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함께 세계 각 기업들과 국가들의 파괴적 혁신 모습에 각성도 함께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문득 류 차관이 과기정통부 2차관 눈높이로 CES 2026을 둘러보고 체험한 게 앞으로 우리나라 AI, 피지컬AI,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상업화, 관련 생태계 활성화와 산업 육성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까 궁금해졌다.
또 류 차관이 국내 현안을 이유로 이번 CES를 둘러보지 않았다면, 참 많은 것을 얻을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해본다.
우선 세계 최대 AI 전용 칩 공급 업체 엔비디아와 스킨십을 강화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류 차관은 엔비디아 전시관 방문 시 창업자 딸의 안내를 받았고, 이런 스킨십 덕에 앞으로 엔비디아가 내놓을 제품과 서비스를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구두 약속이지만 국내 AI 생태계 쪽에서 보면 큰 성과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올해 1월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 2026에 참석해 메르세데스-벤츠와 자율주행 협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손재권 더 밀크 대표는 류 차관 글을 페친들에 공유하며 "류 차관이 엔비디아 쪽과 스킨십을 강화하며 앞으로 나올 새 제품을 한국에 가장 먼저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 같다"며 "이게 미국의 다른 빅테크들의 한국 투자를 촉진하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차관은 CES 2026 출장은 속된 말로 세금 수천만원, 아니 그 이상을 쓰고도 반드시 가야 했던 셈이다.
문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산업 진흥 부처 장·차관의 잦은 국외 출장을 삐딱하게 보다가 풀기자로 동행해본 뒤 정부 관료들의 국외 출장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음도 미리 밝혀둔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과기정통부(당시는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외 출장을 갈 때면 부처 출입기자 2~3명이 풀기자란 이름으로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관 출장 시 동행하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풀기자로 선정돼 베트남과 우크라이나 장·차관 출장에 동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금 낭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혹시 장·차관 출장 일정에 관광 일정이 들어있지 않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과기정통부 장관의 베트남 출장에 동행했을 때다. 당시 장관 국외 출장 때는 상대 나라에서 같은 기능을 하는 부처 수장이 영빈관 등에서 환영 만찬을 연다.
그런데 당시 장관이 술을 못했다. 환영 만찬에는 출장 동행자는 물론 현지 정보통신 시장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현지 지사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국 장관이 술을 못한다는 점을 배려한 것인지, 술은 와인이 나왔다. 말 그대로 '우아하게' 만찬이 진행됐다.
그렇게 만찬 행사가 끝났는데, 국내 기업 현지 지사장들이 투덜댔다. "저럴 거면 왜 왔냐?", "술도 못하면서 세금 낭비하며 돼 돌아다니냐?"라며, 대놓고 기자들 앞에서 장관 '욕'을 해댔다.
그들을 통해 이른바 '과기정통부나 산업부 장·차관이 국외 출장을 와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 나서는 단계에 있는 나라에 출장왔을 때란 전제를 달았다.
환영 만찬 때 폭탄주를 말아 돌리며 건배를 마구 외쳐야 한다고 했다.
"개발도상국일수록 정부 관리들이 권한을 쥔다. 현지 진출한 기업 쪽에서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주무 부처 관리와 인맥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쉽지 않다. 잘 만나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먼저 담당 주사를 만나고, 그를 통해 사무관을 소개받고, 이어 과장과 식사 약속을 잡고 하는 식으로 진행하는데, 중간에 인사 발령이 나서 계장이나 과장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장관이 와서 환영 만찬이 열리면 그 자리에 주무 부처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과 주요 부서 과장들까지 배석하기도 한다. 고위 관리를 만나 관계를 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현지 지사장들끼리 '작전'을 짜서 들어갔는데, 장관이 와인 잔을 홀짝거리면 말 그대로 밥만 먹고 끝난다는 것이다.
이후 기업 CEO 출신의 술 잘하는 장관 출장을 또 동행한 적이 있다.
음식도 나오기 전에 폭탄주부터 돌았다. 두 장관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연신 건배를 외쳤다. 장관이 폭탄주를 한잔 돌릴 때마다 현지 부처 실·국장과 현지 지사장들이 섞여 앉은 자리에선 서너잔이 돌았다. 만찬 행사가 끝나자 현지 부처 관리들과 국내 기업 현지 지사장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사라졌다.
다음 날 만난 국내 대기업 현지 지사장은 "어제 만찬 행사에 참석한 실·국장과 전화번호도 주고받고 운동(골프) 일정도 잡았다. 장관은 저래야 한다. 그래야 세금 쓴 값을 하는 거다"며 만족해했다.
2000년대 초 과기정통부 차관 우크라이나 출장 때는 상대 부처 차관이 더 적극적이었다. 한국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할 처지여서다. 우리나라 한강유람선 같은 배 위에서 환영 만찬 행사를 했는데, 11월 중순쯤인데다 사방이 트였고 난방도 안되는 배라 해가 넘어가니 쌀쌀했다.
현지 차관이 우리나라 맥주잔 크기 컵에 보드카를 가득 따라 먼저 시원하게 원샷한 뒤 권했다. 추위가 가셔진다고 했다. 그렇게 보드카 잔이 몇 순배 돌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 배에 화장실이 하나였다. 만찬 중간 즈음 다들 허리춤을 잡고 화장실 앞에 늘어섰다.
그런데 현지 차관이 깔끔하게 해결했다. 뱃머리로 올라서더니 시원하게 '배상방뇨'를 했다. 술 기운을 빌어 다들 뒤따랐다. 이후 보드카 잔은 더 빨리 돌았다.
한시간 반쯤의 만찬 행사가 끝난 뒤 배가 출발 지점에 닿자, 국내 기업 현지 지사장들이 현지 정부 관리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삼삼오오 사라졌다.
과기정통부 장·차관은 술을 잘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국외 출장 가서 시 술 마시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장·차관 국외 출장은 그 직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꼭 해야 하는 일이자 나름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짚고 싶었다. 현지에서 출장 목적과 일정에 맞춰 잘 처신하면 옛 장·차관의 베트남·우크라이나 출장 사례 때처럼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 길을 터줄 수도 있고, 류 차관처럼 정책 시각을 넓히고 글로벌 기업들과 스킨십을 넓힐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보고 싶었다.
물론 앞서 밝혀둔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