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란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몇 시간 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결정을 발표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장동혁 대표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장 대표가 검사 출신 두 정치인의 이름을 국힘에서 지우려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있어 국민의힘에서는 당분간 격렬한 내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사형 구형' 직후 한동훈 국힘 제명, 판사 출신 장동혁 두 검사와 '헤어질 결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대전시청을 방문해 이장우 대전시장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대표는 14일 오전 대전·충남 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대전시청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두고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 제명 징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날 새벽 1시쯤 한 전 대표 제명안을 의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내란 특검이 전날 오후 9시35분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두고 사형을 구형했으니, 3시간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을 맞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 전 대표는 '황태자'로 법무 장관에 올랐고 나중에 당대표에도 선출됐다. 윤 전 대통령이 1년 가까운 재판으로 사형이 구형되면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 마당에, 함께 당을 장악했던 한 전 대표를 몰아내는 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이를테면 검사 출신 두 인사와 절연을 시작한 것이다. 
 
한 전 대표의 제명 이유도 공교롭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그의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조직적으로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 등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른바 ‘당게 사건’의 책임을 물었다. 방법이 정당하지 못했다고 해도 결국 사형 구형을 받은 윤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전임 대표가 제명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15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열고 제명안을 의결한다.

한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명 결정을 놓고 “계엄을 극복하고 통합해야 할 때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며 “국민, 당원과 함께 이번 계엄도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를 향해 “솔직해지자. 이 문제는 장 대표가 계엄을 막은 저를 찍어내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걸 가능성은 열어뒀다.

당내 친한계 의원들도 한 대표 징계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어게인 세력을 앞세워 정당사에 남을 최악의 비민주적 결정을 내린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에서 이 의결을 뒤집어야 한다”며 “사익을 위해 당을 선거 패배의 길로 몰고 있는 당 지도부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적었다.

친한계 의원들뿐 아니라 윤리위 결정에 앞서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상임고문단 인사들 사이에서도 한 전 대표를 징계하면 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한 전 대표가 제명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사형 구형' 직후 한동훈 국힘 제명, 판사 출신 장동혁 두 검사와 '헤어질 결심'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의 제명을 밀어붙이면서 '장동혁표 쇄신'의 색깔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앞서 장 대표는 7일 ‘이기는 변화’라는 이름으로 당명 개정과 청년의무공천제 도입, 야권 정책 연대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쇄신안 발표를 두고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쇄신안 발표 하루 뒤 정점식 의원을 신임 정책위의장에, 조광한 경기 남양주병 당협위원장을 지명직 최고 위원에 임명했다. 정 의원은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고, 조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활동을 벌였던 인물이다.

이런 와중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회동해 민주당 공천헌금 의혹 특검 등의 공동추진에 뜻을 모았다. 개혁신당까지는 외연확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큰 과제인 윤 전 대통령 문제는 '침묵'으로 대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사형 구형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1년 전 '체포를 막겠다'며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로 몰려가던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윤석열 이슈를 한동훈 이슈로 덮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침묵을 통해 극우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피하고 중도층의 비판도 예방하는 것일 수 있다. 공식 논평은 어떤 내용이든 양쪽에서 공격받을 소지가 크다. 

한편 30년 전 전두환 사형 구형 당시 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냈다.

검찰이 1996년 8월 내란 수괴 등의 혐의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하자,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부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을 통해 “검찰의 구형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충분히 부응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