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며 2기 체제 출범을 눈앞에 뒀다. 우리금융 출범 이후 지주 회장이 연임하는 것은 임종룡 회장이 처음이다.

임 회장은 첫 번째 임기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과 재무구조 개선, 주주가치 강화 등 쉽지 않은 과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며 이사회의 강한 신임을 받았다.
 
우리금융 선택은 실적 보여준 임종룡, 비은행 인수 성과 '높아진 눈높이' 충족 특명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며 2기 경영체계 출범을 눈앞에 뒀다. <우리금융지주>


임 회장은 두 번째 임기에서는 증권, 보험 등 새롭게 확장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첫 번째 임기와 마찬가지로 만만찮은 과제를 안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업계에서는 29일 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 1인으로 선택한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결과를 놓고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회장이 취임 이후 지배구조 정비와 비은행 인수 등 우리금융의 굵직한 과제에서 성과를 내며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증권 부문을 재건한 데 이어 동양ᐧ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보험과 증권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틀을 완성했다.

실적도 임 회장의 연임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2조7964억 원을 내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3분기 말 기준 12.92%로 집계돼 당초 목표였던 12.50%를 조기 달성했다. 

임 회장은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성과를 냈고 내부통합과 지배구조 안정에도 공을 들였다.

우리금융은 올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했다.

또 임 회장은 동우회 통합을 계기로 우리금융의 오랜 과제로 지적돼 온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 문제의 상징적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사 체계와 조직 운영에서도 출신보다 역량을 중시하는 기조를 분명히 하며 내부 안정에 힘을 실었다.

이강행 임추위 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증권업 진출과 보험사 인수를 통한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 △보통주자본비율 개선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 △기업문화 혁신 등을 임 회장의 성과로 꼽았다.
 
다만 임 회장은 첫 번째 임기에서 가시적 성과를 많이 낸 만큼 두 번째 임기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임기를 통해 임 회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실적을 통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 이유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보험과 증권의 틀을 갖춰 놓은 상태지만 두 번째 임기 중에는 이를 실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그룹 비이자이익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비이자이익은 KB금융이 3조7390억 원, 신한금융이 3조1692억 원, 하나금융이 2조259억 원인데 반해 우리금융은 1조4415억 원에 머물렀다. 

여기에는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약 5560억 원이 포함돼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 수익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비이자이익 차이는 고스란히 그룹 전체 순이익 차이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KB금융이 5조1217억 원, 신한금융이 4조4609억 원, 하나금융이 3조4334억 원으로 우리금융 2조7964억 원과 많게는 1.8배 가량 차이가 난다.

시장에서는 보험사 인수 효과와 증권 영업 확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오지 않을 경우 임 회장의 종합금융그룹 전략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내부통제 관리도 임 회장이 지속해서 안고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우리금융 선택은 실적 보여준 임종룡, 비은행 인수 성과 '높아진 눈높이' 충족 특명

▲ 이강행 우리금융지주 임추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차기 회장 최종후보 추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금융은 임 회장 시절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 등 내부통제 이슈로 큰 곤혹을 치렀다. 내부통제는 임 회장 연임의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되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의 불확실성을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면 임 회장의 리더십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임 회장이 최종후보로 선정됐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되면 주주총회를 거쳐 무난히 회장 선임으로 이어져 왔지만 자주 ‘깜짝 인사’를 시행하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 스타일을 놓고 볼 때 막판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임 회장도 이날 최종후보 추천 소감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아직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임추위에서 밝혔던 전략과 계획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실행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2기 체제 주요 과제로는 △생산적·포용금융을 위한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이행 △시너지 창출 능력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 △AX(인공지능 전환) 거버넌스 확립 △주주가치 강화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 등을 꼽았다.

임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민과 관 모두에서 사실상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국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으로 일했다. 이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다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