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금융 공공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면서 주요 기관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금융기관장 후보 인선에는 그동안 관행과 달리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경제관료 출신은 제외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재명 정부와 인연이 두드러진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향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금원·예보 차기 수장 인선 윤곽, 대통령 지인 '낙하산' 가능성에 '촉각' 왜

▲ 서민금융진흥원 차기 원장 최종 후보군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등 4명이 선정됐다. 


9일 금융권 안팎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과 예금보험공사 내부에서는 차기 수장 후보군을 두고 연줄과 인맥에 따른 ‘정피아(정치권 인사를 마피아에 빗댄 말)’ 인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면접을 통해 차기 수장 후보자를 4명으로 추렸다. 가장 중요한 절차가 마무리되고 금융위 제청과 대통령 임명 등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서금원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 사업 등을 주관한다. 차기 원장 후보군에는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과 금감원 출신 인사 등이 포함됐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김은경 교수는 이재명 정부와 인연이 있다.

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여권 성향 인사다. 올해 이재명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초대 금융소비자보호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서금원 내부에서는 김 교수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처장, 부원장 등을 역임한 차관급 인사지만 서민금융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영신 서금원 노조위원장은 “이번 정부의 금융기관 인선에서는 관료 출신이 많이 배제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서민금융과 전혀 연관이 없는 이력의 후보 등이 포함된 만큼 정치권 ‘낙하산’ 인사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금원 노조는 8일 예금보험공사 노조와 함께 기관장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한 인선절차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금원 노조는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기관 수장은 정치적 보은이 아니라 철저히 능력 중심의 책임감 있는 인사가 선정돼야 한다”며 전문성을 검증받은 신임 기관장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금원·예보 차기 수장 인선 윤곽, 대통령 지인 '낙하산' 가능성에 '촉각' 왜

▲ 예금보험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5일 차기 사장 임명을 위한 면접을 통해 김성식 변호사와 김광남 전 예보 부사장, 김영길 전 예보 상임이사 등을 후보자로 선정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신임 사장 후보군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보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피아·모피아에 휘둘리지 않고 5천만 예금자를 지킬 수 있는 진짜 수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이번 후보군에도 정부와 조금이라도 연줄이 되면 전문성 없이도 포함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6년 예보가 설립 30주년을 맞고 공적자금도 내후년 청산을 앞두고 있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문성과 대외 영향력을 갖춘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임추위는 지난주 금요일 면접을 통해 차기 사장 후보군을 김성식 법무법인 원 변호사, 김광남 전 예보 부사장, 김영길 전 예보 상임이사 등 3명으로 추렸다.

예보 사장 후보군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성식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원 소속의 공정거래분야 전문 변호사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로 ‘친명계’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김 변호사는 실제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서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예보 내부출신 후보들도 이재명 정부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첫 내부출신 사장 탄생 기대와 동시에 정치권 입김에 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영길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서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2019년 예보 상임이사에 오른 인물이다. 또 다른 후보인 김광남 전 예보 부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직속 정책자문기구인 더불어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서금원과 예보 기관장 선임은 공개모집을 거쳐 내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선정하고 이를 금융위가 검토해 대통령에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이재연 서금원장은 올해 1월 임기가 끝났는데 차기 인선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직무를 계속하고 있다. 유재훈 예보 사장도 앞서 2022년 11월 임명돼 지난달 10일 3년 임기가 끝났다.

그동안 보통 서금원에는 학계, 예보에는 금융관료 출신이 대표로 왔다. 이재연 원장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학계 출신, 유재훈 사장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일한 관료 출신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