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넘어 마이크로LED 스마트폰 시대 열리나, 중국에 쫓기는 삼성·LG디스플레이 기술경쟁 치열

▲ 삼성디스플레이의 2.1형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삼성디스플레이>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2028년 마이크로LED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올레드(OLED) 중심의 프리미엄폰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마이크로LED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거센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모바일용 마이크로LED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제조사들은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를 2028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7년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 LED 소자 하나 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 화소 역할을 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화소 역할을 하는 LED 소자 각각의 빛을 따로 제어할 수 있어 세밀한 명암비 구현 등 화질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초고화질 TV, 스마트워치, 확장현실(XR) 기기, 스마트폰 등 다양한 IT 제품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LED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 밝기(고휘도)다.

현재 프리미엄 제품에 들어가는 올레드보다 최대 100배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시인성이 떨어지는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OLED는 완벽한 검은색과 무한 명암비라는 강력한 장점을 가졌지만, 발광 재료인 유기물의 본질적인 취약성 때문에 밝기를 높이는 데 제한이 있다.

마이크로LED는 무기물을 사용함으로써, 내구성이 뛰어나고 번인(화면 잔상) 현상에도 강하다.

번인은 디스플레이의 특정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같은 이미지를 표시하거나, 높은 밝기로 장시간 사용했을 때 해당 픽셀의 밝기가 영구적으로 저하되어 잔상이 남는 현상을 말한다. OLED의 유기물과 달리 마이크로LED의 무기물은 고전류를 장시간 가해도 화학적 변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잔상이 남지 않는다.

반응 속도에서도 마이크로LED가 OLED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OLED는 유기물의 특성상 발열과 잔상(번인)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구동 회로(TFT)가 더 복잡하고, 전류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반면 마이크로LED는 무기물 특성 상 안정성이 높아 필요한 전류를 인가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명확해 전력 신호에 더욱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올해 OLED 전환이 가속화하고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무기발광 기술이 부상하면서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국가 연구개발(R&D)를 통해 핵심 공정·소재 기술을 확보한다면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우리 기업이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LED 넘어 마이크로LED 스마트폰 시대 열리나, 중국에 쫓기는 삼성·LG디스플레이 기술경쟁 치열

▲ LCD, OLED, 마이크로LED 소자 구조 비교. <삼성디스플레이>

OLED와 달리 마이크로LED에서는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국내 기업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OLED보다 LCD, LED 제조에 집중해왔는데, 이를 활용해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BOE를 비롯해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인 CSOT는 대형과 중소형 디스플레이 모두를 목표로 마이크로LED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BOE는 지난해 말부터 LED 자회사 HC세미텍을 통해 6인치 웨이퍼 기반 마이크로LED 생산을 시작했다.

중국 기업들은 특히 소형 초고휘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LEDoS)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EDoS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LED를 형성해 극도로 작고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역임했던 박동건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특임교수는 지난 7월 소부장 미래포럼에서 "최근 공개된 마이크로LED TV만 봐도, 여기 들어가는 패널 공급사를 보면 모두 중국과 대만 업체고, 국내 업체는 없다"며 "마이크로LED에 공급망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들도 오랫동안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개발을 진행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LED 상용화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인 초소형 칩을 기판 위에 정확하게 옮겨 심는 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LED 칩을 구동하고 제어하는 TFT(박막 트랜지스터) 설계에서도 강정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애플이 향후 마이크로LED를 도입할 때 가장 유력한 협력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2025’ 전시회에서 차세대 스마트워치용으로 개발된 6천 니트(디스플레이 밝기 단위)의 마이크로LED를 최초로 공개했다.

역대 워치형 제품 중 가장 밝으며, 올해 1월 ‘CES 2025’에서 4천 니트의 마이크로 LED 제품을 공개한 뒤반년 만에 더 밝은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제조비용 문제로 중소형 마이크로LED 양산설비를 구축하는 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 LED를 정밀하게 전사하는 기술 때문에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단가가 기존 OLED에 비해 매우 높다. 게다가 마이크로LED 기술의 핵심은 수백만 개의 칩을 기판에 옮겨 심는 것인데, 스마트폰에서 QHD급 해상도를 구현하려면 수백만~천만 개 이상의 마이크로LED 픽셀이 필요해 공정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스마트폰 대비 PPI(인치당 픽셀 수) 요구치가 낮은 스마트워치에 마이크로LED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 측은 "세계 마이크로LED 스마트워치 시장이 올해 약 1억6천만 달러에서 2030년 1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애플까지 합류할 경우 대규모 투자와 양산 체제가 본격화해 마이크로LED가 웨어러블의 주류 기술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