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곤 종로광장새마을금고 이사장이 13일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13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장재곤 종로광장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장 이사장이 40년 가까이 일한 일터다.
장 이사장은 1987년 종로광장새마을금고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서울시 새마을금고 실무책임자 협의회장, 전국 새마을금고 실무책임자 협의회장 등을 거쳤다.
2016년 다시 종로광장새마을금고로 돌아와 이사장에 선임됐다. 올해 3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동시선거에서도 당선돼 현재 3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장 이사장은 오랜 시간 새마을금고에서 일한 만큼 금고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런 새마을금고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은 이번 선거 출마의 배경이 됐다.
장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최근 몇 년 동안 쓰러져 가는 집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마을금고 본래의 모습은 서민들과 같이 지역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며 “금고 상층부의 욕심 때문에 엉뚱하게 기업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손을 대서 새마을금고가 망가졌다”고 덧붙였다.
새마을금고는 2023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처럼 다뤄졌다.
뱅크런 사태의 원인은 부동산 PF 부실이다.
새마을금고는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재임 시절 ‘큰손’으로 불릴 만큼 공격적으로 PF 대출을 늘렸다. 하지만 2022년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시장에 불안감이 퍼졌고 이는 지역금고 위기설로 번졌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연체율이 급등했다는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시장 불안은 진화되지 않았고 2023년 7월 한 달 사이 새마을금고 수신잔액 18조 원이 빠졌다.
새마을금고는 아직 부동산 PF 부실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새마을금고의 2025년 3분기 말 연체율은 6.78%다. 2분기 말 8.37%에서 다소 개선됐다지만 인출사태 이전인 2022년 말 3.59%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 앞선 2021년 말 연체율은 1.93%에 그쳤다.
▲ 사진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위치한 종로광장 새마을금고 입구. <비즈니스포스트>
새마을금고가 겪은 PF 부실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개별금고 사이 불합리와 갈등을 키우기도 했다.
단위금고는 올해 7월 생긴 중앙회의 자산관리 전문 자회사 MG AMCO에 수수료를 내고 부실채권 관리를 맡긴다. 그런데 MG AMCO가 이 부실채권을 할인가로 매각하면 그 손실분 역시 단위금고 회계에 반영된다.
단위금고 관점에서는 부실채권 관리의 자율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수수료 비용을 부담하면서 손실은 손실대로 감당하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부동산 PF 관련) 부실과 잘못을 단 하나도 피하지 않겠다”면서도 “중앙회와 금고 사이 기울어진 관계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가 다시 ‘풀뿌리 금융’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투기와 고리채는 새마을금고가 살 길이 아니다”며 “각각의 지역에서 철저히 동행의 자세로 돌아간다면 우리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도 결국 수익을 내야하는 금융기관이다. 앞서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PF와 같은 고수익 사업에 눈을 돌렸던 이유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런 고수익 사업을 벌이지 않고도 새마을금고가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지 묻자 장 이사장은 새마을금고의 본질에서 다시 답을 찾았다.
장 이사장은 “조달금리(예금금리)를 낮추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새마을금고는 (예금 등에) 비과세 혜택이 있어 예금금리가 은행과 같은 수준만 돼도 경쟁이 된다”고 말했다.
조달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생기는 만큼 서민금융 공급에도 도움이 된다고 바라봤다.
그는 “공격적으로 부동산 PF 투자를 할 때는 시중금리보다 1~2%를 더 주면서 자금을 끌어 모았다”며 “조달금리를 높였으니 고수익 상품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신 새마을금고가 원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장 이사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되면 꼭 하고 싶은 일로도 새마을금고가 서민·소상공인과 더불어 가는 방향을 제시했다.
장 이사장은 “중앙회가 낮은 자세로 금고를 위해 일할 것”이라며 “금고가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 지역사회 환원 역할을 다 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통합 창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여러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있다. 금융지원 정책만이라도 새마을금고를 활용해 일원화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실질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 구상 단계에서도 새마을금고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설치된 종로광장 새마을금고 안내판. <비즈니스포스트>
장 이사장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알기 위해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종종 시장을 찾는다”며 “하지만 금융은 시장 상인들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보니 어떤 방법이 있는지 잘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면서 소상공인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다”며 “새마을금고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인 만큼 소상공인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정부와 함께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는 12월17일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 감독 아래 진행되며 전국 새마을금고 1276곳의 이사장 1인이 1표를 행사하는 직선제다.
예비후보자 등록은 11월4일부터 12월1일까지, 본 후보자 등록은 12월2일부터 12월3일까지다.
장 이사장은 내부 출신인 만큼 새마을금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다만 다른 후보자들도 대부분 내부 출신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만치 않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장 이사장이 다른 후보와 차별화 할 수 있는 강점을 물었다.
장 이사장은 외환위기(IMF) 때 기억을 되짚었다.
그는 “대우그룹이 무너질 때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직접 사태 해결을 위해 뛰었다”며 “이런 경험이 있어 어려운 상황에 대한 해결 방법을 좀 더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마을금고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40여년을 일하면서 조직의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본 점이 강점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