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발생한 검찰의 집단 반발을 '검찰 쿠데타'(검란)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은 검찰을 견제할 초강수 카드를 통해 정권 초기 불거진 ‘검찰과의 전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민주당 검찰 '대장동 항소포기' 집단 반발에 격앙, '검란 진압' 초강수 카드 꺼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보인다. <연합뉴스>


12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번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들의 움직임을 '친윤 검사'들의 마지막 항명이라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자제 결정에 대해 전국 지검장과 지청장들이 집단 반발을 하고 나섰다”라며 “항명이자 명백한 국기 문란사태로 엄벌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 정치검찰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먼저 민주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이번 집단 반발 사태에 가담한 검사 전원의 징계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장관께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을 하지 못하도록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검사들도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징계 규정을 적용하는 ‘검사징계법’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사들은 행정부의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 달리 검사징계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에 따라 징계를 받고 있다.

그런데 검사징계법에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및 견책만 규정돼 있을 뿐 파면 징계가 없다. 검사 파면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1/3 이상이 발의한 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민주당은 이번 검찰의 집단 반발을 ‘검란’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검사징계법 폐지를 통해 ‘항명' 검사들을 국가공무원법상 파면 및 해임 징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세상에 어떤 공무원들이 조직 내부 문제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논의하지 않고 업무망 등을 악용해 외부에다 발설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느냐”며 “항명 검사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해임 또는 파면의 징계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이 올해 7월 발의한 ‘검찰권 오남용 진상조사 특별법안’ 통과 추진도 민주당이 쓸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검찰의 과거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진상규명 작업 착수함으로써 검찰에서 행해져 왔던 부당한 행태를 더욱 부각시키고 검찰개혁에 대한 명분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정치검찰에 의해 저질러졌던 각종 조작 수사와 기소의 진실, 정치검사들의 항명을 빙자한 반란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도록 하겠다”며 “모든 과정은 국민께서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하실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검찰의 집단 반발을 계기로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도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서 “정치화된 집단에 어떠한 권한도 맡겨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검찰 보완 수사권도 완전히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의 중인 청문회, 국정조사, 상설특검 등도 순서와 의제, 규모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과정 및 검찰 내부 반발의 배경, 나아가 조작 기소 의혹 전반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해 정치 검사들의 행태를 공론화하고 책임을 묻는 동시에 특검을 도입해 검찰의 수사 및 기소, 항소 포기 과정의 적정성 등에 대한 모든 의혹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검찰에 대해 ‘초강수’를 둘 수 있는 배경에는 이번 검찰의 집단 항명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기류도 민주당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검찰 '대장동 항소포기' 집단 반발에 격앙, '검란 진압' 초강수 카드 꺼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와 관련해 검사장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내란 수괴로 재판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야말로 관행에 완전히 어긋나게 구속 취소됐는데 한마디도 안 했던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도 11일 YTN라디오에서 “이렇게 검찰 집단 전체가 입장을 내고 항명한 건 최근에 한 번도 없었다”며 “항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집단 반발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검사들이 대표적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점도 민주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 이번 사태를 가장 먼저 공개 거론한 인물은 대장동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인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사활을 걸었던 조국 수사 등을 수행해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다.

강 검사의 뒤를 이어 검찰 내부망에 항소 포기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린 김영석 검사(대검 감찰1과)도 대장동 수사를 맡았던 친윤 검사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증언 조작과 핵심 혐의 기소 누락 등으로 모해위증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친윤 검사들이 이번 검찰의 집단 반발을 주도하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고 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구실삼아 정권 차원의 검찰개혁 명분을 약화시키면서 공소청 출범 전까지 저항하고 자신들을 ‘수사권 수호’에 힘썼던 명예로운 검사로 포장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11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검찰 반발 사태를 두고 “검찰의 마지막 생존권 투쟁”이라며 “친윤 검사들이 대장동 사건에 모여 있다가 내년에 공소청 출범할 때 마지막 반발을 한 뒤 다 사표 내서 나가 좋은 로펌에 들어가서 돈도 벌고 다시 세력화도 하려는 것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검찰은 수사기관이지, 정치행위의 주체가 아닌데 지금 집단 항명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주로 항소포기에 반발하는 검사들은 저는 마지막 친윤검사들인데 검찰 스스로 단두대에 자신의 목을 들이미는 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찰과의 전면적 대결에 나서면서 이번 사태는 대장동 사건의 본질을 넘어 이재명 정부와 검찰 간 관계 정립, 검찰 개혁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1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번 사태가 증폭된 것은 검찰개혁 저지를 위한 소수검사들의 준동인데 ‘찻잔 속의 태풍’이란 생각이 들고 정치검사들의 속성상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틈을 파고든다”며 “내란을 경험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적 상태, 사회연대가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