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농협중앙회가 범농협 신뢰 회복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계열사 임원을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범농협 임원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조직 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수사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인력 쇄신 카드를 뽑아든 가운데 벌써부터 조직 내부에 '살생부'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농협 강호동 위기 정면돌파로 예고한 '인사 태풍', 금융 계열사 대표 좌불안석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다음달 계열사 임원을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 인사를 단행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강도 높은 혁신 요구에 부응하고 책임경영 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추진된다. 이에 따라 모든 계열사의 대표이사ᐧ전무이사 등 상근 임원 및 집행간부들을 교체하는 대대적 인사를 예고했다. 
    
이 밖에도 지배구조 선진화, 부정부패 제로화 등을 목표로 하는 고강도 개혁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농협중앙회가 계열사 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인사는 강 회장이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단서로 풀이된다. 뇌물수수 혐의 수사와 국정감사 논란에 직면한 강 회장이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특단의 쇄신 카드를 꺼낸 것이다.

강 회장은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약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10월 진행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당국에 대한 적극적 협조 태세와 조직을 자발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강 회장의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낸 셈이다. 

다만 쇄신 칼날 앞에 선 농협 계열사 대표들 사이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임원의 절반 이상이 교체되는 상황 속에 최고경영자 입지가 위태로울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로 나뉜다. 농협경제지주에는 유통, 제조, 식품ᐧ서비스, 축산 관련 계열사 17개 사가 소속돼 있으며 농협금융지주에는 은행, 보험, 증권 기타 등 12개 사가 포함된다. 여기에 중앙회 교육지원 계열사 4개 사를 더하면 모두 33개 계열사가 농협중앙회 산하에 놓여 있다. 
 
농협 강호동 위기 정면돌파로 예고한 '인사 태풍', 금융 계열사 대표 좌불안석

▲ 농협중앙회가 범농협 신뢰 회복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계열사 임원을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범농협 임원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곳으로는 NH투자증권이 꼽힌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은행에 이은 농협금융지주 효자 계열사인데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2026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 가운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NH투자증권과 NH농협리츠운용 단 두 곳뿐이다.

윤 대표는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NH투자증권 대표 취임 이후 실적 확대를 이끌고 있다. 

다만 실적만으로는 연임을 장담할 순 없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최근 내부통제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28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NH투자증권의 고위 임원 등이 연루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임원 집무실 및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불공정거래 척결을 목표로 7월 출범한 합동대응단이 맡은 2번째 수사 사건이다.

윤 대표가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재발방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인사를 앞두고 내부통제 실패가 불거진 만큼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역시 조직 내 신뢰도 관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강 행장은 내년 1월 예정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노조와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단체협약상 노조 합의가 필요한 사항을 공청회 하루 전에 통보하는 등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 속에 내부 신뢰가 훼손되면서 강 행장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임기가 일부 남아있는 농협금융의 타 계열사 임원들 역시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가 “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겠다”는 단호한 입장과 더불어 농협금융 계열사 대부분이 2년 단기 임기만 마치고 물러나는 관행 역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등 8개 계열사 대표의 임기는 모두 2026년 12월에 만료된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