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관세협상 '깜짝 타결', 수출·외환시장 불확실성 줄었다

▲ 29일 한미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한국 경제 수출과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오후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2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을 마침내 타결하며 양국 경제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극적 타결은 일본의 미일 관세협상 등에 견줘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져 한국 정부의 끈기 있는 협상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는 지난 수개월 동안 외환시장 불안과 수출 불확실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오후 한미 정상회담 관련 언론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10월29일 미국과 관세협상 세부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 가운데 직접 현금 투자 비중은 ‘총규모 2천억 달러’에 ‘연간 최대 200억 달러’로 합의를 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연간 대미 직접 투자액을 200억 달러라고 했던 만큼 연간 200억 달러 직접 투자 조건은 일본과 비교해 부담을 크게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는 현금투자 2천억 달러와 조선업 투자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며 “2천억 달러는 일본이 합의한 것과 유사한 구조이고 연간 투자 상한은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선업 투자 1500억 달러를 두고 “우리 기업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로 국내외 시중은행 통해 대출 보증을 받게 된다”며 “신규선박 건조 시 선박금융을 포함해 금융부담을 줄이고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펀드 구조를 확정지음에 따라 자동차 등 주요 대미 수출 산업이 적용받는 관세는 지난 7월 말 합의했던 15%로 낮아진다. 또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 반도체가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관세를 적용받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에 더해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미국에 수출하는 항공과 천연자원은 무관세가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에 투자할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본보다 강화된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미국 투자위원회가 원금 회수가 가능한 프로젝트라는 뜻을 밝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우리나라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가 미국의 투자위원회에 의견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한미 정상회담 관세협상 '깜짝 타결', 수출·외환시장 불확실성 줄었다

▲ 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원금의 회수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 안전장치 마련했다”며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성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한다는 내용을 통상 MOU(양해각서)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상업적 합리성이란 미국의 투자위원회가 투자금액을 충분히 환수될 수 있는 현금흐름이 보장된다고 선의에 따라 판단하는 투자를 의미한다”며 “미국 측이 협의위원회 검토나 협의와 달리 일방적인 투자를 요구할 경우 추후에 미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투자수익 배분 비율은 원리금 회수 전까지는 5:5를 기준으로 하고, 20년 이내에 원리금 회수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명확한 사업에 대해서는 미국과 추후 상호 수익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번 관세협상 타결의 가장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는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 산업은 25%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대미 관세가 15%로 최종 확정되면서 미국 시장 내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등은 관세 비용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우려를 덜게 돼 기업 수익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실장도 이번 협상 타결의 의미를 두고 “관세 인하 및 발효의 구체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세를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철강과 배터리 산업도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장기적인 글로벌 투자 전략을 안정적으로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협상 지연으로 미뤄졌던 대미 투자가 속도를 낸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산 철강과 배터리 제품의 시장 점유율 유지 또는 확대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제조업 재건 기회를 충분 활용할 수 있도록 대미 투자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의 유무형 지원을 확보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넓어졌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대한 정태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굉장히 잘 됐다”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두고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즉각 브리핑을 열어 "혼란했던 우리 경제에 정말 단비같은 소식"이라며 "협상 타결에 대한 대내외 압박과 낭설을 이겨낸 실리 외교의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 기준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려운 협상을 진행한 외교 당국자와 협상 실무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관세를) 당초 25%에서 10%포인트를 낮춘 것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에 가까운 결과”라고 적었다. 김대철 기자